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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Sep 12. 2024

조심스러운 마음




 내 생일은 추석 이틀 전이다. 지리산 도서관에서 글쓰기 수업을 강의하는 작가님의 생일도 나와 같은 날이다. 수업을 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생일이 같은 날이라는 것을 알았다.
  글을 쓰면서 매번 작가님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내 글이 형편없어도 문장이 맞지 않아도 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칭찬을 마음껏 먹고 내 글쓰기 실력은 조금씩 성장하는 중이다.
 늘 감사한 마음은 갖고 있지만 표현한 적이 없어 작은 선물을 하고 싶었다.
 뭘로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내가 가지고 있는 바느질 재능을 이용해 가방을 만들기로 했다.
 

 강의하러 올 때마다 손에 든 가방에는 짐이 한가득이었다. 그것을 감안해 넉넉한 크기로 만들기로 했다.
 작업실에 들어가 사이즈 무시, 디자인 무시,
자를 대고 선을 긋고 자르고 박았다. 샘플로 내 것을 먼저 만들었다. 그래야 사이즈나 디자인을 가늠할 수 있으니까, 만들어 놓고 보니 허점 투성이었다.
 허점을 보완해 다시 만들었다. 이번엔 크기가 조금 컸다. 먼저 만들었던 가방을 뜯어 다시 만들었다.
 가방지는 친구가 눈이 아파 더 이상 바느질을 못하겠다며 보내준 원단에 섞여 있었다. 가방끈은 다른 친구가 보내준 것을 이용했다. 나는 재능과 시간, 마음만 보탰다.
 내가 내게 주는 선물 하나, 그녀에게 주는 선물 하나, 두 개의 가방 중에 이쁜 것을 그녀에게  주기로 했다.
 만들어 놓은 가방을 보니 가슴 밑바닥에 깊이 묻어둔 아픈 기억  하나가 꿈틀거리며 올라왔다.
 

 선물이라는 게 주는 이의 마음보다 받는 이의 마음이 더 중요한 것인데 괜한 오지랖은 아닌지? 부담만 주는 건 아닌지, 그때의 기억이 떠 올라 마음이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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