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감 따는 일을 하러 간 적이 있다. 보통 집집마다 부부가 함께 일을 하거나 일꾼을 사는데 그 집은 남자와 나뿐이었다. 나는 주인남자에게 사모님은 어디 가셨냐고 물었다. 남자의 대답은 감을 깎을 시기가 되면 미리 몸이 아파서 입원해서 수액을 맞으며 몸조리를 하고 온다고 했다.
지금 감을 깎는 농가의 부부는 여행을 자주 다닌단다 이번에도 감을 깎기 전에 포천까지 여행을 하고 왔다고 했다. 포천의 가을꽃 축제를 보고 산정호수를 걷고 포천이동갈비를 먹었다며 여행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산청에서 포천까지 1박 2일 장거리 여행길이 행복했단다.
감을 따고 깎고 건조해 곶감으로 나오기까지는 100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요즘은 건조기가 있어서 시간이 많이 단축된다. 그런 일을 30년 40년을 해 왔으니 몸도 마음도 성한 곳이 없다. 감 깎는 일이 끝나면 시내 작은 병원 앞에는 진료 시간이 되기 전부터 물리치료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그만큼 곶감을 만드는 일은 고된 작업이다
나와 마주 앉은 주인언니는 손을 부지런히 놀리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여행하며 힐링하고 오니 힘든 일도 즐겁단다. 그 모습을 보며 미리 병원에 가서 미리 수액을 맞고 온다는 부부가 생각났다. 몸을 살피는 부부와 마음을 살피는 두 부부를 보면서... 나라면 몸도 중요하지만 병원보다는 마음을 채우는 여행을 선택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