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알람이 운다. 새벽 다섯 시가 되었다는 소리다. 밖은 아직 어둠이 짙게 깔려있다. 조금 더 누워 있고 싶지만 일어나야지. 오늘 아침일기는 무슨 내용으로 써야 하나? 남편 아침밥을 챙기면서도 생각에 잠긴다. 매일 감을 깎다 보니 그날이 그날이기에 딱히 쓸 내용이 없다.
그래서 이번에 감 깎는 순서를 써 보기로 했다.
상강이 지나고 서리가 두어 번 내리면 감을 딴다. 감받침 잎을 따고 꼭지를 잘라내며 말랭이용과 곶감용으로 선별한다.
1차로 기계에 돌려서 껍질을 벗긴다.
2차로 기계로 깎을 수 없는 큰 감과 덜 벗겨진 감을 손으로 정리한다. 이 작업은 17세 이 마을로 시집와서 감을 깎기 시작했다는 76세의 아주머니가 한다.
그 감을 받아 꼭지를 끼우며 알이 굵은 것과 작은 것을 분리하는 일은 내가 한다. 크기에 따라 마르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루에 3천 개에서 5천 개의 꼭지를 끼다 보니 안 보고도 척척이다. (잘난 척
무거운 감박스를 들어 옮기고 거는 일은 힘 있는 남자가 한다. 45일을 기다리는 동안 비만 오지 말거라. 하지만 너무 건조해도 곶감이 숙성이 되지 않아 질겨진다. 중간쯤에 두 어번 내려주는 비는 단비다.
종일 같은 일을 반복해야 하는 단순작업이라 고되고 힘들다. 그럴 때는 일어나 밖으로 나가 만세를 부르며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경직된 근육을 풀어 준다. 고개 들어 하늘도 올려 보고 강 건너에 물들고 있는 산능선도 바라본다.
감잎이 예쁘게 물들었다. 예쁘게 물든 잎 하나 따서 친구들에게 낙엽편지를 쓰는 낭만과 여유도 부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