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완전히 똑같기를 기대했던 것 같아. 그땐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 우린 같은 길을 걸어왔으니까, 같은 목표를 향해 가고 있으니까 ‘너와 나는 똑같을 거야.’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믿어 의심치 않았지.
그게 아니라는 게 그토록 힘들었어.
세상을 동서남북 4개로 쪼개 본다면 우리 둘 다 동쪽을 바라보긴 했잖아. 그런데 난 동북동쪽이고, 너는 가끔 동남동쪽에 서있었지. 그걸 동쪽이라고 대충 얼버무리면 안 된다는 걸 한참 뒤에 알았어.
아주 미세한 의견 차이, 그게 억겁보다도 멀더라. 왜, 180도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랑은 마주칠 일이 아예 없잖아. 그런데 너와 나의 출발점에서 - 미세하게 - 갈려다간 5도만큼의 각도가 가끔은 180도보다 더 크게 느껴지더라. 폭신폭신한 눈 아래 깊게 그인 크레바스처럼 우리 사이에는 틈이 있었는데, 우린 그걸 모른척했던 걸까.
같이 있어서 행복했어. 그래서 그랬나 봐. 세상에 나와 똑같은 사람은 있을 수 없고, 너와 나는 무수히 말다툼을 했는데도 내가 그런 오만을 부렸더라. 어쩌면 난 네가 이해해주겠지, 하고 믿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
365명이 모이면 365개의 의견이 있잖아. 그 말의 의미를 이제는 정말 알 것 같아. 세상에 단 둘이 있는 소울메이트라도, 영혼의 단짝이 어쩌고라도 너와 내가 등호(=)로 나열된 관계는 아니었더라. 내 도플갱어 같았던, 평행우주가 있다면 그 속에 나는 너였을 것 같았던… 그런 마음을 우정이라고 착각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