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챌린지! 를 외치자마자 다음 날에 꼬로록 잠수한 건에 대하여
일단 자괴감을 느끼지 않기로 했다. 어제 나는 유쾌하고 즐거웠으니까! 하하하 호호호! 히히히! 히히히!!
거의 영업이라고 볼 수 있는 업무 때문에 두세 달 신경이 아주 날카로웠다. 주말에 - 새로운 직장의 주말은 일요일과 월요일이다 - 마음 편하게, 직장 일 생각을 하나도 하지 않고 보낸 적이 거의 없었다. 이건 좀 이상한 일이었는데, 나는 직장에 있을 때만 일 생각을 하는 것이 아주 잘 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전 직장에서는 지하철을 타는 순간 업무가 머리에서 호로록 날아갔다. 주 52시간치 업무에서 30분 치 업무도 남겨두지 않았다는 것이 맞겠다. 오줌 쌀 시간에도 듀얼모니터를 끼고 앉아 타자를 치면 주 2-3일 정규 야근 안에는 모든 것을 해치울 수 있다. 그렇게 살지언정 집에 업무를 가져가진 않았는데, 호호, 몇 달 뒤에 바로 이렇게 되고 말았다!
분명히 내 잘못의 비율은 아주 적은 것 같은데, 고객 영업(?)이 잘 안 됐다. 스트레스가 극심했다. 영업은커녕 유출만 있었다. 두세 달이 지나니 받아들여진다. 이건! 와타시의! 어쩌고 가! 아니었다구! 신사업의 특성상 내가 어떻게 한다고 만점이 나오기가 힘든데, 스스로에게 기대하는 몫이 높았나 보다. 일손이 명백하게 부족하고 시간은 더 부족한 것 같은데 위에서부터 솔선수범하여 주말 근무, 주 6일 근무, 주 7일 근무를 했다. 빨리빨리 일을 쳐내지 못하자 아주 업무 과잉 파티가 되어버렸다. 몸도 아프고, 마음도 아팠나봐.
모든 부정적인 것이 최고조일 동안에는 하루종일 심장박동이 엄청 빨리 뛰었다. 몇 날 며칠을 그랬다. 올해는커녕 첫 취업 면접을 볼 때도 못 느껴본 불안감이었다. 그래도 마음 챙김 공부를 아주 슬쩍해봤다고, 일이 이 지경이 되니 마음의 소리가 갑자기 켜졌다. 어쩔 수 없는 건 내려놔. 내가 컨트롤하려고 하지 말자. 내려놓자. 집착하지 말자. 흘려보내자. 나는 뭔가를 조종하고 움직이고 컨트롤하는 사람이 아니다. 내 려 놔!
그제야 앞뒤 말고 양 옆도 보였다. 내가 부정적인 것만 양손에 터지게 쥔 채로 하루종일 절망적인 에너지만 내뿜고 있더라고. "넌 또 왜 그러냐?"가 올라오려 했는데, 다행히도 저절로 사라졌다. "불안한 마음이라도 솔직하게 인정하자."가 되니까 정말로 마음이 0.5kg 정도 더 가벼워졌다. 회사를 욕하고 싶은 마음도 받아들였다. 몇 년을 안 쓰던 욕으로 실컷 아무 말이나 갈겨놓고 나니까 0.5kg 더 가벼워졌다. 내 탓은 내려놓고 회사 탓을 조금 해보자! 그렇게 한참을 지나 보내고 나니 내 에너지에 대해 오롯이 책임질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패스트푸드와 같은 뭔가를 실컷 해버리기로 했다. 잔잔한 자연 다큐멘터리를 볼 기분이 아니었는걸! 작정하고 유튜브 쇼츠를 6시간쯤 돌려봤다. 영상을 600개쯤은 보지 않았나 싶은데, 숫자로 마주하면 충격을 받을까 봐 일부러 안 들어가 봤다. 그래도 평상시에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만 팔로우해둬서 다행이었다. 짧고 강력한 감동 무더기에서 눈물을 7방울쯤 흘리고 나니 자정이 넘었더라고. 잘 자고 일어났다.
하루이틀 정도 뭘 못한 걸로 "너는 아주 죽어도 싸다!" 이런 이야기는 안 하기로 나와 약속했다. 자기 합리화가 좀 늘어난 것 같지만 뭐, 좋은 것 같다. 어휴, 다음 날 썼는데 뭐! 그다음 날도 잘 쓸 텐데 뭐! '나 미워하지 않기'가 잘 되어서, 그게 더 우선순위라 흔쾌히 지나가기로 마음먹었다. 내 마음이다! 좋은 에너지로 내일도, 모레도, 한 달 뒤에도 이야기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