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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 Feb 23. 2023

송태섭 아니 진짜 (왕스포)

송태섭이 진짜로... 너무 좋습니다.

  송태섭. 진짜 사랑한다. 진짜 말이 안 된다. 송태섭 진짜 너무 사랑해...


  난 정말 중독에 약하다. 종류는 인간중독. 사람한테 정말 잘 꽂히는데, 내 마음을 훔쳐가는 인간이 해마다 한 명씩은 꼭 있다. 실제 주변 인물일 수도 있고, 책이나 영화의 주인공일 수도 있고, 아이돌일 수도 있었고... 꽂힌 사람에 대해서 1년이고 2년이고 떠들어제끼는 유형이다. 그런데 2D는 처음이다. 악!!!! 악!!!


  진짜 송태섭이 말이 안 된다. 옆반 쌤의 치열한 영업으로 반쯤 떠밀려 영화관에 갔다. 영화관에 입장하던 월요일 오후만 해도 '내가 애니를 영화관에서 보다니.' 생각 정도였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는... 현실을 부정할 생각은 5초도 하지 않고 재빨리 유튜브에 송태섭 이름을 검색했다. 아니, 내가 이런 명작을 여태껏 한 번도 보지 못했다니? 송태섭을 내가 알아보지 못했다니? 만화를 봤다면 송태섭을 한눈에 알아봤을까? 분명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아이돌 오빠들의 대참사 이후 내가 남자를 보는 취향이 많이 바뀌었나? 아 송태섭!!! 악!!!! 어제도 쉬는 시간에 아이들에게 송태섭을 보여줬더니 아이들이 "선생님이 투디에 빠졌다..." 하며 충격을 받고 있다. 나는 엘사네 얼음동산 2편도 안 봤을 정도로 2D에 관심이 없는데 이게 무슨 일이람!


  일단 스토리 전개가 마음에 들었다. 형의 죽음 이후 마음 둘 곳 없이 방황했던 송태섭이 마음에 걸렸다. 음이 아렸다. 엉엉. 농구에는 미치는데 일상생활에는 묘하게 삐딱 노선인 것도 치이는 점이었다. 아, 바로 그 지점에서 0.5초 서태웅에게 마음이 흔들렸다. 아... 농구밖에 모르는데 일상생활은 대충 무심하게 하는 슈퍼루키... 아... 아니, 또 느긋하게 일상생활 잘하는 그 루즈함이 마음에 들어서 윤대협에게도... 아니 그러니까 지금 영화를 보고 나올 때까지만 해도 정대만의 단발머리 시절과 리즈시절이 같은 인물이라는 것을 구분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영화에 나오지 않는 만화 원작 캐릭터까지 헤집고 다니는 중이다.


  농구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곤 '민소매를 입는다'와 '사람이 다섯 명인 것 같다' 두 가지밖에 없었다. 빠르게 발전했다. 아침에 눈을 뜨기도 전, 정신이 들자마자 오키나와의 모래사장을 달리던 태섭이 OST가 귀에 들린다. 오늘은 목요일, 어제부터는 만화 원작에서 각 캐릭터의 스타일을 파악하고, 농구 룰과 '스쿱 슛'을 검색하고 있다. 유튜브 피드는 순식간에 NBA 선수들의 플레이와 약물 검사 어쩌고 쇼츠로 가득 찼다. 아, 이러다 현실 농구 덕질까지 넘어가면 안 되는데... 나 일상생활 안 되는데... 아...

    

  일단 만화책 20권 세트는 주문했고... 유튜브로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 봤다. 더 많은 스포를 당하기 전에 일단 만화책을 보려고 숨을 고르고 있다. 영화는 더빙판으로 두 번 봤으니 이제 자막판으로 봐야지. 곧 아이맥스도 재개봉한다고 하니(분명 작년에도 역주행해서 아이맥스 재개봉한 영화를 보러 1시간 반 버스를 타고 갔었는데... 데자뷔인가!) 공평하게 두 번씩 봐두고 다시 아이맥스로 찬찬이 봐야겠다.


  난 정말 좋아하는 걸 몇십 번이고 돌려보는 편이다. 영화는 재탕을 하면 할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인다. 처음에는 전체 스토리라인을 봤다면 OST가 귀에 익은 지금은 전체 멤버들의 성향과 플레이 스타일이 보인다. 상대편 선수들도 너무 매력 넘친다. 그렇지만 역시 최애가 가장 좋은 법! 태섭이의 슬픔과 우울이 마음에 맺힌다. 바닥이 없는 죄책감과 우울, 분노와 갈 곳 없는 외로움까지 온갖 뜨거움에 휘말린 태섭이의 절망을 빨리 없애버리고 싶다. '뚫어, 송태섭!'이라고 외치고 싶다. 자기혐오를 헤치고 나와. 아버지의 죽음도, 형의 죽음도, 어머니의 우울도, 너의 분노와 좌절까지도 다 벗어던지고 나와! 그래서 넘버원 가드가 되라고!


  일단 일상생활을 이틀만 한 다음에 영화를 다시 봐야겠다. 도저히 시간이 안 나서 보러 갈 수가 없다. 진짜, 블루레이를 LP판처럼 돌릴 기세가 눈에 훤하다. 진짜 아니 송태섭... 송태섭 너무 사랑해! 진짜 사랑한다.


+) 저 태섭이와 결혼해야겠어요.라고 하니까 상사께서 "걘 47살이야! 정신 차려! 내가 반대야!"라고 했다. 똑같은 문자를 예전 사무실 동료 선생님한테 보내니까 "그리구 결혼 반대."라고 답장을 보내왔다. 진짜 웃겨. 다들 왜 그러는 거야. 다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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