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는 수용성, 그래서 수영한다.

수영을 하며 그렇게 흘려보낸다.

by Runday Wendy
덴마크 수영선수 Jeanette Ottesen, 그녀의 시원시원한 접영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근심이 잊히는 듯하다.



지난 5월은 스트레스가 극한에 다 달았다. 아니 정확히 따지면 4월부터 누적된 것들이 나도 모르게 차곡히 쌓여 누군가 툭하고 건드리기만 하면 바로 쏠 수 있을 것 같은 상태, 장전된 총과도 같았다. 그걸 나도 몰랐다. 왜냐면 그동안은 금요일 퇴근과 동시에 '운동하는 사람'으로 모드를 전환해버렸고, 그게 푸는 방법 아니, 그게 풀렸다고 생각했다.


결국 폭발했고, 그렇게 흘려보내지 못했다.


운동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체력? 다이어트? 실력? 성취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냥 운동하는 내 모습이 좋았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제일 나다운 모습이 드러날 때가 운동하는 시간이었고, 제일 순수한 감정으로 다가가도 온전히 되돌아오는 것이 운동이었다.


어제는 처음으로 '그냥' 자고 싶어서 매주 해오던 토요일 오전 러닝을 가지 않았다. 스트레스의 타격감이 온몸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아마 미리 예약해둔 일이 없었다면 한없이 깊이 가라앉았을 것이다. 대충 모자를 푹 눌러쓰고, 늘 그랬듯이 운동복을 입고 볼일 보러 나가면서도 수영가방에 수영복과 수경, 목욕용품을 챙겼다. 원래는 동네에 자유수영을 끊어둔 게 있어서 가려했지만, 시간 맞춰서 가지 못할 것 같았다. 아 그냥 집에 돌아가서 쉴까 하는 생각도 잠시, 이 근처 수영장이 뭐가 있지? 이내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올림픽 수영장!


어디로 갈지 방향과 목적이 생기니 발걸음이 경쾌해졌다. 일부러 가장 최근에 산 수영복을 가져오길 잘했다. 낯선 곳에 왔다는 어색한 기분도 잠시, 수영복을 입으니 다시 난 '운동하는 사람'으로 모드 전환이 되었다. '음 맘에 들어.' 물속에 들어가니 뽀글뽀글 공기방울이 나의 몸을 휘감는다. '그래 이 느낌이지.' 25미터가 지나니 갑자기 수영장 물색이 달라진다. 어쩐지 더 짙어진 느낌. 50미터 레인, 깊이 5미터 수영장을 몇 번이고 돌았다. 수영을 시작함과 동시에 고민과 스트레스의 흔적들은 물과 함께 휩쓸려 사라졌다.


수영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 우연히 글귀 하나를 봤다. "스트레스는 수용성." 그렇게 수영을 하며 흘려보내는 방법을 터득한다.




수영은 우리 몸을 우리와 다른 몸,

곧 물의 일부로 만드는 행위다.


<수영의 이유>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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