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된 건 중학생 무렵이었다. 그 단어를 알고 나서부터 나에게 있어 프리랜서는 되고 싶은 존재였다. 프리랜서가 '디지털노마드'라는 단어와 혼용되기 시작하고서부터는 더욱 되고 싶어졌다. 노트북 하나만 들고 해외 어디에서든 일한다니. 멋져 보였다. 어린 마음에 어떻게 하면 프리랜서가 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분명 유튜브나 블로그에서는 다들 프리랜서 되기가 어렵지 않다고, 본인도 특별한 기술이 없는데 프리랜서가 될 수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 영상을 보고 나면 나도 프리랜서가 될 수 있을 거 같다가도, 금세 한없이 먼 존재로 보였다.
그러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분명 그림을 직업으로 삼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나는 이 마음을 철저히 숨겼다. 심지어 스스로에게도 숨겼다. 내 실력에 그림 그리는 직업을 꿈 꾼다는 게 말이 안 돼 보였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잘한 일이다. 덕분에 나는 내가 그리고 싶은 방식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니까. 아마 목적을 갖고 그렸다면, 지금과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리게 됐을 것이다.
회사에 다니며 퇴근 후에 틈틈이, 아니 꽤 오랜 시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크로키를 하고, 일러스트를 배웠다. 만화를 그리기도 하고, 애니메이션 공모전에 출품하기도 했다. 그러길 4년이 지나고도 그림으로 돈 버는 길은 내게 너무 머나먼 일 같았다.
퇴사하고서도, 그림을 포기하냐 마냐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결국 돌아보면 꽤 충실히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 그림이 없었다면 난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이를 상상할 수 없게 되었을 시기에, 마침 그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처음으로 들었다.
이제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에 대한 로망은 없다. 행정업무부터 마케팅, 일러스트 모든 업무를 혼자 해야 하는 프리랜서가 그리 아름답기만 하겠는가(사실, 지금도 로망이 있긴 있다.). 하지만 하지 않으면 후회가 될 것 같아서 도전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