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봄 여행 3일 차_1
드디어 문제의 날이 밝았다.
원래 계획은 오전에 수니온에 가서 포세이돈 신전을 보고, 해지기 전에 아테네로 돌아와 아테네의 리카베투스 언덕에서 일몰을 볼 생각이었다.
결국엔 두 개다 못하게 되었다.
[수니온]
수니온은 아테네에서 버스로 편도 2시간가량 걸리는 거리인데 생각보다 교통편이 안 좋아서 갔다 오는 버스 시간을 잘 확인해야 한다.
위 사진에 빨간색 핀이 있는 곳이 수니온이고 포세이돈 신전이 있다.
우린 아침에 일어나 후딱 조식을 먹고 수니온에 가는 버스를 타러 갔다.
수니온 가는 버스정류장은 평범한 길가에 비루하게 서있어서 제대로 확인 안 하면 못 찾을 것 같다.
그냥 시내버스 타듯이 타고 버스에서 표를 산다고 한다.
주소는 Filellinon 10
우리는 여러 블로그에서 수니온 여행 포스팅들을 봤는데, 거기에 업로드된 버스시간표들이 다 동일했었다.
여행 날짜가 오래되지 않은 블로그에서도 확인을 하고, 시간표에 대한 의심은 없이 11시 5분 버스를 타러 가기로 했다.
11시 정각쯤 버스정류장을 찾았고 버스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11시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버스가 오지 않았다.
뭐 다른 정류장 들렀다 오겠지 설마 안 오겠냐 하는 생각으로 기다리다가 15분 이상 지나고 너무 이상해서, 옆에 있던 노점의 사장님한테 물어봤다.
버스 정류장 옆에 있는 곳이라 그런지 사장님이 시간표를 가지고 있었다.
시간표를 보시더니,
그 차 11시에 떠났다고 하는 것이다!!!
우리가 11시 정각에 도착했으니,, 우리가 놓친 것이구나!
그 블로그들에 올라왔던 사진들은 뭐지??? 뭔가 잘못되었구나;;하고 우린 살짝 멘붕이 왔다.
특히나 이번 여행에서 어딜 가든 5분 정도 지각을 너무 많이 해서 왜 이러지 하고 있던 가운데 이 버스를 놓쳤을 때 더 슬펐는데, 왜냐하면 다음 차를 타고 다녀오면 아테네에서 일몰을 보기 애매해지기 때문이었다.
정신을 추스르며 일단 여행 인포센터로 가서 수니온에 갈만한 방법이나 버스시간을 정확하게 알아보려고 했다.
구글에 여행 인포메이션 센터를 찾아서 갔다.
뜬금포지만 가는 길에 본 오렌지 나무
제일 가까운 센터를 찾아가니 아예 없다.
인포센터도 못 찾는 우리였다.
다른 인포센터를 찾아서 다시 가니 거긴 그냥 여행사 본사 사무실이었다.ㅜㅠ
아테네 여행은 왜 이리 정보가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아까 버스정류장 노점에 사장님한테 다시 가서 다음 버스 시간을 물어봤다.
그때의 시각 11시 35분.
시간표를 좀 보여달라고 하니, 우리 얼굴을 보고 아까 나한테 물었던 사람 맞죠?! 하며 엄청 뭔가 말씀을 하셨는데;; 알고 보니 본인이 시간표를 잘못 봤다고, 11시 30분에 버스가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이 세상이 우리를 뺑뺑이 돌리고 결국 5분 늦게 도착하게 만들었다.
어찌 된 영문인 고하니 시간표상 수니온에서 돌아오는 시간표의 폰트가 살짝 컸는데, 노점 사장님이 그걸 착각하고 11시라고 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과 상관없이 기존에 블로그에서 봤던 시간표도 전부 변경이 되어있던 게 더 근본적인 문제였다.
최근 시간표가 완전히 바뀌어 버린 것 같다.
(*이 글은 18년도에 작성한 글이므로 현재는 또 변경되었을 수 있음)
여하튼 희한하게 시간표가 바뀌어있었고, 다음 차가 오후 1시이니 갔다가 오면 리카베투스 언덕에서 일몰을 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고민하다 수니온은 내일 아침 일찍 가고, 내일 가기로 했던 애기나섬을 지금 빨리 다녀와서 저녁에 리카베투스 언덕까지 가자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대처방안이 굉장히 효율적이라서 내심 만족하고 다시 즐거워졌다.
[아테네 기로스 맛집, Kostas]
애기나 섬으로 떠나기 전 우리는 기로스를 하나 먹기로 했다.
기로스는 케밥 같은 음식인데, 아테네에서 정말 유명한 집이 하나 있어서 그쪽으로 갔다.
위치는 Pl. Agias Irinis 2
가격도 매우 저렴했다. 2.2유로짜리 소고기랑 돼지고기를 시켜먹었다.
베를린이 되너 케밥으로 굉장히 유명하지만 기로스는 진짜 맛있었다.
그리스의 차치키 소스가 있어서 그런지 되너랑 뭔가 달랐다.
빵, 속 다 맛있었다. 특제소스가 정말 맛있었다.
[피레우스 항구]
그렇게 우리는 애기나섬에 가기 위해 피레우스 항구로 갔다.
사실 이 지역은 전 직장의 영업부서에서 업무상 자주 오던 곳이라 들어봤던 곳이었다.
회사에 계속 있었으면 어떻게 한번 올 수도 있었으려나?
지하철을 타고 시내에서 금방 도착했다.
애기나 섬까지는 페리를 타고 가는데 지하철 역사에 티켓부스가 있길래 그냥 바로 구매했다.
고속정과 일반선이 있는데, 우리는 일반선을 타고 가기로 했다.
한 명 당 8.9유로
뱃삯 치고 싼 것 같다.
얼마 만에 보는 항구인가
여러 페리들이 있었고, 우리 배를 찾아서 탑승했다.
내부가 생각보다 좋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배마다 가격도 다르고 시설도 달랐다.
외부도 깔끔하게 잘 되어있었다.
출발
약 한 시간에서 한 시간 십 분가량 걸린다.
저 멀리 오른쪽 높은 건물 왼쪽으로 저녁에 가기로 한 리카베투스 언덕이 보인다.
건물 오른쪽으로는 아크로폴리스가 작게 보인다.
배 뒤쪽으로 가보니 그리스 국기와 지중해의 콜라보가 멋지게 보였다.
바다 한가운데인데도 파도가 좀 거셌다.
이때만 해도 아무 생각이 없었지
[애기나 섬 도착]
한 시간 정도 걸려 도착했다.
도착하니 확실히 엄청난 파도를 볼 수 있었다.
이때 풍속이 약 8 m/s 정도였다.
방파제가 제대로 안 만들어져 있어서 길 위로 파도가 엄청 올라왔다.
안타깝지만 위 사진의 길로 가야 도심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사실 처음엔 여기가 도착지가 맞나 싶었다.
사진상으로는 그리 심하게 안 보이지만 잘못하면 휩쓸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방파제를 왜 제대로 안 만들어 놓은 건지 정말 이해가 안 갔다.
방파제 안쪽으로는 요트나 작은 배들만 들어갈 수 있고, 우리가 탄 페리들은 아래 사진처럼 바깥 방향으로 정박할 수 있었다.
차량들은 파도를 맞아도 괜찮지만,,,
저기서 부서지는 파도에 옷 많이 젖었다.
그리고 지나가는 길엔 발목까지 물이 잠길 정도로 파도가 올라오는데 지나갈 다른 방법이 없었다.
결국 신발을 벗고,
저런 곳을 몇 번 지나가고 섬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위 사진에 저 사람은 모르긴 몰라도 신발 완전 다 젖었을 것 같다.
다행히 가까운 곳에 수돗물 나오는 곳이 있어서 발을 좀 씻고, 햇볕에 말린 후에 추스르고 주위를 보니 바람은 불지만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구름이 별로 없고 햇볕이 내리쬐는 날씨여서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렇게 그때까진 시원했던 지중해의 바람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