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봄 여행 3일 차_2
애기나섬에 도착했다.
먼저, 애기나 섬에 가면 보통 아페아 신전과 넥타리우스 성당을 관광한다. 그리고 피스타치오가 유명해서 여기저기서 피스타치오를 살 수 있다.
원래의 계획은 애기나 섬을 금방 둘러보고 오후에 아테네로 돌아가서 아테네의 리카베투스 언덕에서 일몰까지 볼 생각이었지만 섬에 도착하고 관광시간을 감안하니, 해지고 저녁에 7시 30분 배를 타고 섬에서 나가는 방법밖에 없어서 그 시간으로 나가는 배까지 티켓팅을 했었다.
[애기나섬 교통]
돌아다니기 전 카페에서 그릭 커피를 마시며 교통편을 검색했다.
그릭 커피는 필터링 안된 커피라서 그냥 커피가루가 같이 있다. 마시기 힘들었다.
인터넷을 보니 보통 여행사를 통해서 관광 오는 분들이 관광버스 대절해서 한 바퀴 도는 경우가 많아 보였다.
우리는 자유여행이므로 자체적으로 해결을 해야 했는데, 생각보다 섬 안의 교통이 별로였다.
관광객들이 별로 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우선 관광지로 가는 버스가 거의 없었다.
* 애기나 섬 버스 시간표 : http://www.aeginagreece.com/aegina-island/bus-timetables/
위 사이트에서 2번 루트로 가는 버스를 타면 아페아 신전과 넥타리우스 성당 모두를 갈 수 있는데, 돌아오는 편도 잘 보고 늦지 않게 가야 한다. 우리는 버스가 마땅치 않았고 택시를 보니 아페아 신전 왕복 비용이 34유로 정도였다.
* 택시 가격표 : http://www.aeginagreece.com/aegina-island/indicated-taxi-prices-per-route-aegina/
택시가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으니 택시를 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위 사이트에서 하나 더 찾은 게 렌트였다. 이곳에서 차량이나 스쿠터를 렌털 할 수 있었다.
마침 내가 유럽 운전면허가 있으니 잘됐다 싶었다.
* 렌트 가격표 : http://www.aeginagreece.com/aegina-island/car-rental-motorbike-rental/
햇볕도 괜찮고 재미도 있을 것 같아서 스쿠터를 빌리기로 했다.
예전 베트남 나트랑에서 스쿠터를 타고 돌아다닌 것 이후로 처음으로 외국에서 스쿠터를 타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50cc 작은걸 빌렸다가 그냥 10유로 더 주고 150cc로 빌렸다.
5유로만 추가하면 차량 렌트가 가능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날씨가 너무 좋아 스쿠터를 타기로 했다.
구려 보이지만 성능은 좋았다. 진짜 재밌게 탔다.
바람도 상쾌했고, 섬도 이쁘고
이동 중엔 폰카로
[아페아 신전]
그렇게 아페아 신전에 도착했다.
우리가 갔을 때 사람이 없어서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우리가 문 닫기 한 십오분전에 도착을 한 것이었다.
이번엔 행운의 여신이 우리의 편이었다.
겨울에는 오후 5시 30분에 문을 닫는다. 입장료는 3유로
해가 져가는 모습과 조화가 멋졌다.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뭔가 적막하고 세월의 무상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가 초속 8m/s의 바람에 정신이 없었다.
[넥타리우스 성당]
5시 30분이 되고 우리는 천천히 나와서 항구로 돌아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넥타리우스 성당을 들렸다. 문은 닫혀있었고 그냥 밖에서 잠깐 보고 돌아갔다.
점점 해가진다. 바람은 더 세지고 차가워졌다.
안에 반팔 입었는데 진짜 얼어 죽을 뻔했다.
스쿠터를 왜 탔을까 하고 생각을 하며 달렸다.
그렇게 삼십 분가량 달렸나? 온몸이 꽁꽁 얼어서 도착하고 스쿠터를 반납할 수 있었다.
[고립]
배 시간이 잠깐 남아서 항구 근처에 있는 동네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기로스와 커피를 하나시켰다.
돌아가서 맛있는 거 먹어야지 하고 하나만 시켰는데 너무 맛있었다.
그래서 또 하나 시켰다.
점심에 기로스를 먹고 왔지만 맛있었다.
그렇게 7시가 넘어가는데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항구에 사람들은 없고 파도는 높고 바람은 거셌다.
그 큰 페리를 타는데 왜 아직 한 명도 안 기다릴까 생각하다 티켓 판매소에 가서 물어보니,,
오늘 배가 끊겼단다.
무슨 90년대 드라마에서나 나올만한 일이었다.
배가 끊겨서 못 나간단다.
아테네 호텔 앞의 맛집이 생각나고, 호텔 숙박이 생각나고, 다음날 호텔 조식까지 생각났다.
그리고 당장 입을 옷도 세면도구도 전부 아테네에 두고 왔는데 어쩌지,,, 했다.
다행히 티켓부스의 아저씨가 본인이 아는 숙소 있다고 거기 가라고 했다.
뭐 이것저것 재볼 것도 없이 거기 갔다.
[애기나섬 호텔, Avra]
1박에 30유로짜리 숙소
굉장히 후졌지만
천만다행인 것은 그래도 방이 깔끔한 편이었다.
방도 타일 바닥에 먼지도 없고 침대는 오래된 것 같았지만 깨끗했다.
그래도 테라스가 있는 방을 받았는데 열어보니 높은 파도가 보였다.
[애기나섬의 밤]
여하튼 멘털을 추스르고 어차피 이미 엎질러진 물
섬에서 뭐 좀 먹고 놀기로 했다.
너무 추워서 밖에 나가기도 힘들었지만 동네 한 바퀴 돌았다.
저녁이 되고 갑자기 추워져서 그런지 동네 사람들도 거의 없었다.
그래도 골목골목 아기자기하고 이뻤다.
큰 마트는 당연히 없었고, 어시장이 있는데 그쪽에서 작은 잡화점을 찾았다.
세면도구도 사고 피스타치오도 사고 맥주도 사고 나왔다.
피스타치오 조미도 되어있는데 1.5유로 진짜 맛있었다.
그리고 아까 갔던 기로스 집에 한번 더 가서 기로스까지 하나 더 샀다.
하루에 5기로스 먹었다.
숙소로 돌아가서 맥주 한잔하고 기로스도 또 먹고 좀 따뜻해지니 어느새 여유가 생겼다.
이 것도 추억이지 하고 쉬었다.
덧.
다음날 새벽 잠깐 깼을 때 커튼을 걷으니 잠잠해진 바다가 보였다.
바다와 하늘색이 잔잔하고 이뻤다.
애기나섬에 자유여행을 가게 되면 꼭 풍랑 체크를 해야 할 것 같다.
구글에서 날씨 검색을 하니 풍속도 나오는데 저 날은 8~10 m/s의 바람이 불었고, 다음날 3~4 m/s로 줄어드니 배가 문제없이 운항했다.
그리고 국제면허증 발급을 받고 여행 중인 여행객이면 여기서 꼭 렌트해서 다니면 더 좋을 것 같았다.
물론 스쿠터는 따뜻할 때 타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