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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밤지공

글을 위한 편지

● 라라크루 일밤지공 2025.10.26.

by 안희정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일요일 밤마다 머릿속을 떠돌던 생각들을 한 번씩 나누곤 했는데, 잠시 쉬어가려던 것이 가을이 오고도 재개하지 못했네요. 삶에 치인다는 핑계도 이제는 빛바랜 지 오랩니다.


요즘의 저는 매일 퇴근해서야 휴대전화 메시지를 확인할 만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검진 시즌이 시작되었거든요. 제 지인이라면 아실 거예요. 검진센터는 일 년 중 마지막 3개월이 가장 바쁜 시기랍니다. 이 일을 한 지도 꽤 오래되었는데, 이 시즌만 되면 여전히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마치 아는 맛이 더 무섭다는 말처럼 쏟아지는 업무와 환자들의 원성이 겪기도 전에 눈앞에 선명히 보이거든요.


그럴 때마다 생각합니다. 좀 더 여유롭게 살고 싶다고. 나를 위한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그 시간만 허락된다면 책도 실컷 읽고 글도 듬뿍 쓸 수 있을 거라고요. 네, 눈치 빠른 분이라면 이미 이 대목에서 실소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해 보면 올해 추석 명절이 딱 그런 시간이었죠. 유독 연휴가 길어 시댁을 다녀오고도 쉴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습니다. 저는 그 시간을 오직 누워서 유튜브 영상을 보는 데 바쳤습니다. 게으른 뇌를 끊임없이 기쁘게 하는 짧은 영상들을 불 끄고 잠들기 전까지 봤습니다. 모순적인 제 행동에 부아가 났습니다. 바닥에 쏟아져버린 물을 다시 담고 싶은 마음처럼 속상함에 한숨 쉬었습니다. 과거로 돌아가는 상상까지 하다가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이미 알고 있습니다. 설령 같은 시간이 주어진다 해도 제 행동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걸요. 그런 사실을 깨닫고, 더는 과거로 가고 싶다는 마음을 품지 않기로 합니다. 대신 지금, 가장 실현 확률이 높은 방법을 써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아무리 작은 시간이라도 쪼개서 읽고 쓰는 데 쓰기로요.


어디선가 들었습니다. 무슨 일이든 할 때가 아닌 하고 나서 행복해지는 일을 하라고요. 운동처럼 말이죠. 오늘 밤은 모처럼 그런 밤이 되겠네요. 마음을 담아 글을 쓰고 봉투를 접으며 빙긋이 웃는 것처럼. 제 진심이 당신에게 가닿기를 바랍니다.


행복이 스며드는 밤

굿나잇 라라.



#라이트라이팅#라라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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