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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밤지공

문실문실

● 라라크루 일밤지공 2025.11.9.

by 안희정

<순우리말>


☆문실문실 : 나무 따위가 거침없이 잘 자라는 모양


모두 잠든 깊은 밤. 시계추의 규칙적인 발자국 소리를 방해하는 건 오직 창밖으로 드문드문 스쳐 지나가는 차들의 소음뿐입니다. 차분한 시계추보다는 바쁘게 달리는 차의 모습을 닮은 제 삶에도 이렇게 잠깐 멈추는 시간이 있습니다. 멈춤의 시간에는 모처럼 책상에 앉아 글을 씁니다. 문실문실 자라는 생각들로 머릿속이 무성해지면 새하얗던 화면은 오밀조밀 글자들로 채워집니다.


참, 힘든 한 주였지요? 훌훌 털고 떠나고 싶은 적은 몇 번이나 있었나요? 저요? 훗. 저는 별로… 자리를 만들 수 있을 만큼이나 꽤 많았습니다. 이유는 달라도 무거운 삶의 짐을 짊어지고 산다는 점에서 우리는 많이 닮았어요. 절대 좋아할 수 없었던 그 사람 조차도요. 그런 생각을 하면 한순간이나마 타인을 향한 미움이 조금 줄어듭니다. 미움도 에너지니까요. 그렇다면 더더욱 나의 아까운 에너지를 가치 없는 곳에 낭비할 필요는 없겠지요. 미움으로 삶을 소모할 시간에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한 번 더 바라보는 게 자신을 가장 잘 돌보는 일이라 믿습니다.


건강한 몸, 소중한 이와의 시간, 지금의 행복. 모두 영원하지 않잖아요. 흘러가는 삶에서 반짝이는 윤슬을 발견한다면 온전히 그 순간에 집중해야 할 이유입니다. 다시 오지 못할 소중한 찰나에 잠시라도 머물러요. 늘 삶이 빛날 순 없지만, 그런 순간을 조금 더 많이 보고, 느끼고 산다면 삶의 물결은 분명 더 아름다워질 겁니다.

내일을 위해 오늘은 더 달곰한 꿈 꾸시기를 바랍니다.

굿 나잇 라라.



#라이트라이팅#라라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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