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라크루 일밤지공 2025.11.16.
<순우리말 공부>
생가슴 : 공연한 근심이나 걱정으로 인하여 상하는 마음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휴대전화에 수시로 올라오는 광고에 이끌려 무심코 인터넷 상점을 둘러보다가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스니커즈를 발견했습니다.
예쁘고 세련된 디자인과 1만 원이라는 믿기 어려운 가격까지. 사지 않고는 못 배길 욕망이 끓어올라 결국 흰색 한 켤레, 검은색 한 켤레, 총 두 켤레를 주문하고 말았습니다. 며칠 뒤 도착한 신발은 사진 그대로였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바로 신발을 신고 출근했습니다.
그런데….
나막신을 신은 듯 딱딱한 밑창은 걸음걸이를 한없이 부자연스럽게 했습니다. 시큰거리는 발목을 애써 무시했더니, 나중에는 온몸에 피로가 몰려오는 듯했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감옥에서 풀려난 사람처럼 신발을 벗어 던졌습니다. 그 이후 그 신발을 다시 신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다른 한 켤레는 태그조차 뜯지 않은 새것이었지만, 둘 다 신발장 구석에 넣어버렸습니다.
문제는 다음부터였습니다. 신지도 못할 신발을 샀다는 생각이 며칠 내내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올랐습니다. 이 애물단지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생가슴만 앓았습니다. 언젠가는 신을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헛된 기대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어제, 집에 놀러 온 동생에게 신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리곤 신발 두 켤레를 비닐봉지에 담아 건네주며 동생이 사는 아파트 의류 수거함에 넣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동생이 떠나자 묵직하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다시는 저렴한 가격에 속아 충동구매를 하지 않겠다는 결심도 단단히 굳혔습니다.
불필요한 물건을 계속 품고 있으면 근심이 된다는 걸 깨달은 날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욕심을 계속 덜어내며 자신을 가볍게 만드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야 무엇이 제게 더 소중한지도 또렷하게 볼 수 있을 테니까요.
오늘 밤도 근심·걱정은 저 멀리 보내시고 편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드시길 바랍니다.
굿나잇 라라. #라이트라이팅#라라크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