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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주름

by 안희정

글쓰기는 지루했다

그녀는 깜빡이는 커서를 보며 생각했다

일요일의 어둠이 서서히 차올라 창을 다 덮을 때까지


아름다움은 소리 없이 날아갔다

갑자기 닥친 겨울 아침처럼 차갑게

감정이 버석버석 손끝으로 아스러졌다


이게 현실이지

예쁜 샐러드만 먹고 살 순 없으니

다신 안 마신다던 술잔을 예쁘게 들어 올렸다


눈부신 날은 짧았다

그 뒤로 내려오던 눈물로 깊은 주름이 패었다

바위를 뚫은 물방울처럼 옆으로 아래로


오랜만에 만난 남편의 친구가 말했다

아줌마가 다 됐네

어쩌면 이 시대의 덕담은 이렇게 겨울처럼 찾아오는 것인지도 몰라서


문득, 글쓰기가 즐거웠다

아낌없이 살아낸 날들이 알알이 글자로 박혀

아껴 살아온 이는 모를 주름을 창조했으니까


결국 인생은

내가 써버린 그 모든 것




#라이트라이팅#라라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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