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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올디 Sep 06. 2024

회사원이 다른 자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한 이유

회사 일말고 다른 것을 해보자!

 회사 생활을 하면서 아무리 동기부여를 잘하고 열심히 하더라도 한 번씩 불쑥 찾아오는 현타는 있기 마련이다. 직장인은 항상 사표를 품고 다닌다는 말처럼 나 또한 항상 이직을 준비하고 부서이동을 노리고 있다.(물론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지만)

 회사 생활을 하면서 최근 들어 가장 크게 느낀 건 회사원 정올디가 아닌 다른 자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취미생활도 좋고, 가정에 충실한 것도 좋고, 다른 무언가를 도전하는 것도 좋고, 어떤 형태로든 회사에 갇혀 있지 않은 다른 자아는 필수적인 것 같다.

 으레 모든 신입사원이 비슷하듯, 나도 신입사원 시절 열정이 매우 넘쳤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퇴근 후에도 회사에 메여 시간을 보냈다. 회사에서 내가 실수한 건 없을까, 그때 그 일은 이렇게 하는 게 더 좋았는데, 이런 후회에서부터 부서 내 또래들과 모임을 가지며 친목도모를 하며 결국 회사얘기를 하기 일쑤였다. 그땐 몰랐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내 일상에는 회사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에 아내와 장거리 연애 중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더 회사에 메여 살았던 것 같다. 신입사원 때는 그것이 맞는 줄 알았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열정이 점차 식기도 했고, 부서 이동을 하며 더 이상의 친목도모가 힘들어지니 나에게 남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회사생활은 곧 나였는데, 그게 흔들리니 일상도 망가졌다. 그러다 보니 더 남아서 회사업무를 하려고 했었고, 늦게 퇴근하다 보니 더 피곤해져서 일상이 다시 망가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맘때쯤 나는 새로운 자아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앞의 글들에 언급했던 것처럼 회사 일도 잘 풀리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자존감이 매우 많이 낮아졌다. 하지만 회사 생활이 내 전부였기에 돌파구가 전혀 없었다. 회사 일이 아닌 다른 무언가나, 취미를 하고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땐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쌓였고 자존감이 매우 낮아진 상태로 회사를 다녔다. 그러다 보니 항상 신경이 곤두서있었고, 여유가 전혀 없이 일을 하다 보니 실수도 잦았다. 그 무렵 아내의 권유로 정신과 상담을 한번 갔다. 크게 문제 될 건 아직 없지만, 지금 이대로 지속이 되면 좋지 않으니 좀 여유를 갖고 다른 취미를 가져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다.


 이 즈음 B급인재가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좀 내려놓고 회사생활을 하기로 했다. 더해서 다른 자아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다. 나는 새로운 것을 할 때 걱정이 많아지는 사람이라 원래 하던 운동을 다시 해보기로 했다. 다만 혼자 하는 건 이전이랑 다를 것이 없으니 PT를 해보기로 했다.

 PT를 하면서부터 나도 뭔가 하고 있다는 뿌듯함에 자신감이 조금 올라갔다. 그러면서 좀 더 다른 자아를 가지는 것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이직도 준비하고 지금 회사에도 도움이 되는 영어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번에도 아내의 도움이 컸다. 영어과외를 구해서 PT와 병행해서 시작했다. 처음엔 힘들었는데 누군가에게 무엇을 배운다는 건 생각보다 내 자존감을 크게 올려주었다.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불안감을 줄여주었고, 내 마음에 큰 여유를 가져다줬다. 1년가량을 영어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며 최상위 고과를 얻는 성과도 생겼다. 오히려 회사에 적절한 거리를 두면서 좋은 성과가 생긴 것 같았다. 이때부턴 회사를 대하는 내 태도가 달라져있었다.


 이전에는 회사가 참 고마웠다. 부족한 나를 뽑아줘서 고마웠고, 내 능력에 비해 과분한 연봉을 줘서 고마웠다. 그러면서 나도 회사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돼서 한몫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결과적으로는 이런 내 태도는 여유를 잃게 했고, 내 기준에서는 실패했다. 이후 오히려 다른 자아를 여러 개 가지면서 여유를 가지니, 회사에 대해 보다 넓은 시야로 볼 수 있었다. 업무를 하면서도 빨리 해야겠다는 압박감이 줄어드니 실수가 많이 줄었고, 퍼포먼스는 오히려 더 좋아졌다. 말 그대로 일을 쉽게 쉽게 처리했다.


 요즘 나는 후배들 사이에서 다른 자아 전도사이다. 퇴근하면 회사 외적인 것은 무엇이든 해보라고 권유한다. 취미도 좋고, 공부도 좋고, 회사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만나보는 것도 좋고, 너무 회사에 메여있지 않도록 시야를 넓히라고 조언해 준다. 그러면서 여유를 가지고 일하면 더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고 꼭 덧붙여준다. 지금 나는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발전된 다른 자아를 가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는 운동과 영어 등 취미생활의 수준에서 무언가를 더 배우는 걸 했었다면, 요즘은 블로그에 글을 쓰고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쓴다. 내가 가진 생각을 회사가 아닌 다른 곳의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노력 중이다. 고맙게도 브런치스토리에서는 적지 않은 분들이 내 글을 읽어주셨고, 구독해 주시는 분들도 생겼다.

 지금처럼 조금 적극적으로 다른 자아를 가지고 자존감을 높여나간다면 몇 년후에는 한 층 더 발전된 내가 되어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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