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족의 중요성
'자뻑'은 자기가 잘났다고 믿거나 스스로에게 반하여 푹 빠져있는 일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일종의 나르시시즘과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른 것 같기도 하다. 요즘 이런저런 활동들을 시작하면서 '자뻑'이 꽤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앞서 여러 글에서도 밝혔듯, 나는 'B급 인재'임을 자각하고, 인정하면서 다른 방법으로 내 자존감을 채우기 위해서 이런저런 활동들을 시작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브런치스토리'도 그중 하나이고, 소소하게 블로그도 하나 운영하고 있고, 다른 부업도 최근에 시작했다. 그리고 건강한 멘탈을 위해 운동도 꾸준히 하려고 노력 중이고, 근 2년 간 이어왔던 영어공부도 놓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오히려 'B급 인재'임을 인정하고 다른 방법으로 자존감을 채우려다 보니 이전보다 더 바쁘게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갑자기 바쁜 일상을 보냈던 탓일까. 최근 들어서 '브런치스토리'와 '블로그'에 글을 업로드하는 빈도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운동과 영어공부도 거의 반쯤 놓은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큰 맘먹고 비싼 강의료까지 지불하면서 시작한 부업도 반쯤 놓아버렸다.
이렇게 태운 것도 없이 번아웃이 와버린 듯했고, 눈앞에 할 일들을 외면한 채 '집 정리'라는 명목으로 창고 정리와 옷방 정리를 하면서 다른 길로 새 버렸다. 마치 시험기간에 하는 책상정리가 재밌는 것처럼 집 정리를 하면서 조금 숨 가쁜 일상에서 멀어지니 숨통의 트인 듯했다. 그리고 임시공휴일과 개천절 휴일에 맞춰 아내와 함께 연차를 내어 강릉으로 바람을 쐬러 다녀왔다. 그곳에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아내는 '열심히 사는 스스로의 모습'에 푹 빠져 살 때가 있다. '열심히 하는 나'의 모습에 빠져 굳이 할 필요 없는 야근을 하기도 하고, 책도 여러 권 읽고, 이런저런 것들을 배우기도 한다. 이전에는 그 모습들이 참 이해가 안 갔다. 야근을 안 하고 빨리 퇴근해서 쉬는 게 더 좋지 않을까? 굳이 저런 것을 배워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최근에 태운 것도 없이 번아웃이 오면서 나도 아내와 같이 생각을 바꿔보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사실 자존감이 그렇게 높지 않고, 나에게 있어 아주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사람인데, 그냥 속 편히 아내처럼 '열심히 사는 나'에게 빠져보기로 했다.
'출근 전 일찍 일어나 부업 공부를 하는 나',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운동하는 내 모습', '자기 전 글을 쓰는 나'. 이런 식으로 일의 결과보다는 그 행위를 하는 내 모습 자체에 빠져보기로 했다. 막상 이렇게 해보니 뭔가 내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만 같고, 나 자신이 대견해 보이기까지 한다. 아내와 나 말고는 내가 이렇게 사는지 아무도 모를 텐데, 나 스스로에게 내가 빠져드니 좀 더 멋있게 보이고 싶기도 하고, 힘들어서 그만할까 싶다가도 '나는 멋지니까'라는 생각으로 조금이라도 해보게 된다.
요 며칠간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자뻑'도 때로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자뻑'이나 '나르시시즘'을 아주 경계하는 사람 중 하나인데, 뭔가 내 루틴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이 루틴을 지키는 내 모습' 자체에 푹 빠져서 자존감을 올리는 것이 아주 도움이 된다. 물론 너무 심각한 '자뻑'이나 '나르시시즘'은 경계를 해야겠지만, 적당한 수준에서 '자뻑'하는 것은 오히려 내 일상에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특히나 나와 같은 'B급 인재'들은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경향이 있다. 이는 회사 내에서 'A급 인재'들과 나를 은연중에 비교하고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B급 인재'가 회사 내에서는 비록 'A급 인재'들에 비해서 퍼포먼스를 못 낼 수 있어도, 내 일상 속 루틴을 지키는 멋진 모습은 충분히 가질 수 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칭찬받을 일이다. 그렇기에 조금의 '자뻑'은 꽤 중요한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