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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멈가 May 24. 2024

근면함이라는 무기

꽃은 반드시 핀다


내게 디자인과 책 쓰기를 가르쳐준 사람은 전문 디자이너도, 작가도 아니었다. 그는 초등학교 교사 출신으로, 오직 돈을 벌겠다는 일념 하나로 안정적인 교직을 제 발로 나왔다. 지금이야 어엿한 사업가의 모습이지만, 그 여정은 눈물 없이 듣기 힘들다.



그는 몸이 열 개라도 되는 듯하다. 정육과 야채 등 다양한 식품 유통 판매업을 하면서, 쉴 새 없이 강의를 다닌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약 천 명이 모인 한 커뮤니티의 대표로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런 그를 보면, 성공과 실패는 부지런함으로 판가름 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그는 전략도 뛰어나다. 때로는 운도 따랐을 것이다. 다만, 전략과 행운은 거들 뿐, 그의 진짜 성공 요인은 분명 근면함이다.



그런데 이런 근면함이, 현대에는 왠지 저평가받는 듯하다. 나는 인간은 태생적으로 게으르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편안함에 익숙해지면 더 편한 것을 찾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어진다. 그렇게 한 번 누우면 다시 일어서기란 쉽지 않다. 부지런한 사람은 매번 본능을 거스르고 몸을 움직이기에, 그 자체로 대단한 성향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꽤 많은 자기계발서를 읽었고, 강연을 들었지만 게으르면서 큰 성공을 일궈낸 사람은 들어본 적도, 본 적도 없다. 성공의 요인은 너무도 다양하고 복합적이라, 성공한 사람에게 그 비결을 물으면 다양한 답변이 돌아온다. 그런데 그 가운데엔 언제나 근면이라는 두꺼운 줄기가 버티고 있다. 기술이니 전략이니 하는 것들은 모두 그 줄기에 붙은 잎에 불과하다. 얇고 불안한 줄기에 튼튼한 잎이 자랄 리 없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했던가? 나는 근면 성실하다는 칭찬을 수없이 들으며 살아왔는데도, 다른 이들의 능력에 비하면 늘 작게만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들은 대개 화려한 꽃잎에만 관심이 있어서, 줄기는 눈여겨보지 않는다. 나도 그중 하나라 그런가보다.



그러나 꽃은 절대 그냥 피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매년 꽃을 피워내기 위해, 줄기는 부지런히 활동한다. 수분을 저장하고 양분을 운반하며 생장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화려한 개화 뒤에는 늘 이런 근면함이 숨어있다. 그러니 마땅히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개화기는 반드시 올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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