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를 한지 1년 반 만에 결혼식을 준비 중이다. 급한 건 모두 끝내놓은 터라, 남은 체크리스트를 하나씩 지워나가고 있다. 어제는 드레스를 보러 갔다. 소파에 앉아 아내가 드레스 입고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제야 곧 결혼한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아내는 선호하는 드레스도 일반적이지 않았다. 어쩜 취향이 그리도 독특한 걸까? 내가 조금 특이한 사람에게 끌리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아내는 특이해도 너무 특이하다. 처음엔 그게 부담스러워서 몇 번 도망치려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점차 그 특이함에 익숙해졌다. 아니, 길들여졌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언제부터인가 다른 사람은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 이렇게 되었다.
특이하다는 건, 결함이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로 아내는 결함이 꽤 많다. 예를 들어, 덤벙거리는 탓에 매번 물건을 찾아 헤매고, 감정은 국내 주식마냥 등락이 크다. 또, 뭐든지 극단적이라 중간이 없다.
결함이 많은 건 나도 마찬가지이다. 예민해서 물건이 원래 위치를 벗어나 있으면 신경 쓰이고, 지나치게 무덤덤해서 재미없다. 또, 뭐든지 적당히 하는 버릇 때문에 늘 바쁘기만 하고 성과는 눈에 띄지 않는다.
신이 일부러 갈라놓지 않고서야, 우리는 어찌 이토록 정반대의 성향을 가졌을까? 이런 걸 보면 신의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신기하게도 우리의 장단점은 완벽하게 맞물린다. 내게는 없는 걸 아내가 가지고 있고, 아내가 갖지 못한 건 내가 가졌다. 짚신도 짝이 있다더니, 불안정해 보이기만 했던 두 사람이 합쳐져 완벽한 도형을 이루었다.
너무도 다른 탓에, 과연 잘 살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다. 그런데 남들은 그렇게 싸운다는 결혼 준비 과정이 이렇게 순탄한 것으로 보아, 앞으로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마음이 놓인다. 부디 남은 체크 리스트도 즐겁게 지워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