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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멈가 Jun 30. 2024

다른 사람의 호의를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처음 옆 팀으로 파견을 나간 건 21년도였다. 같은 부서 소속임에도 우리 팀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그쪽 팀장님이었다.



하루는 그가 부동산에서 온 전화를 받았다. 그는 '잠시만요.'라고 말한 뒤 재빨리 엑셀을 열었다. 엑셀에는 본인이 소유한 부동산이 위치별로 정리되어 있었다. 이어서 그가 말했다.


"어느 집 말씀하시는 거죠?"



어느 집이냐니? 내가 묻고 싶었다. 기껏해야 부동산 1~2개 소유하면 그럭저럭 잘 사는 편에 속하는 세상에 살던 내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내가 소유한 집을 모를 수가 있다니. 그 장면이 퍽 인상적이었다. 나도 언젠간 저 대사를 써먹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그를 관찰하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다른 사람의 호의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받더라도, 빚진 마음이 들어 편하지 않다. 그래서 서로 안 주고 안 받는 것이 가장 좋다.



반면, 그는 달랐다. 다른 사람의 호의를 거절하는 법이 없다. 언제나 '좋지~'라고 유쾌하게 말하며 받아들인다. 그러고는 머지않아 더 크게 갚곤 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커피를 사면 그는 다음날 커피에 빵까지 잔뜩 사 들고 온다. 아예 밥을 사기도 한다.



매번 그런 식이다 보니, 그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이 아깝거나 싫지 않게 되었다. 단순히 계산적인 마음을 떠나,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어졌다. 그래서 궂은일이 생기면 기꺼이 발 벗고 나서게 된다.



처음엔 그의 이런 여유가 금전적 안정감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왜, 호의를 베풀고 싶어도 부담돼서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하지만 곁에서 지켜본 바로는, 아무래도 그 순서가 바뀐 듯하다.



여유가 있어서 호의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베풀다 보니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그는 최근에 차를 바꾸었는데, 누군가 축하한다며 돈을 보태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차로 바꿀 수 있었다고.



타인의 호의를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품앗이는 그냥 생겨난 문화가 아니다. 원래 사람은 혼자는 살 수 없는 생물이다. 사회생활에 지쳤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너무 고립시키는 건 아닌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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