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선생님들은 종종 성격의 장단점을 적어내라며 종이를 나눠주었습니다. 새 학기에 유독 그런 활동을 많이 했던 것으로 보아, 아마도 학생들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함이었던 것 같습니다.
종이를 반으로 나눠 왼쪽에는 장점을, 오른쪽에는 단점을 써야 했습니다. 시험을 보는 것도 아닌데, 저는 그 시간이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단점은 많았지만, 장점은 두 개 이상을 적기 힘들었거든요.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왜 나는 더 열정적이지 못한가?
왜 나는 더 대범하지 못한가?
왜 나는 더 결단력 있지 못한가?
장점보다는 단점에 집중하고, 스스로를 괴롭힐 때가 많습니다. 저뿐만은 아니겠지요. 가진 것보단 갖지 못한 것에 목매는 것이 사람의 본능이니까요.
하지만, 그러한 욕심이 인류의 번영을 가져왔을지는 몰라도, 개인의 행복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제게는 글쓰기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시선이 바깥이 아닌 내부로 향하게 되었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하면서 나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은 한 가지는, 애초에 성향을 동전의 앞뒷면처럼 나눌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항상 장점인 성향도 없고, 영원히 단점인 성향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 내성적이라는 단점이 내일은 사려 깊다는 장점이 될 수 있고, 우유부단하다는 단점이 내일은 신중하다는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착하다는 장점이 자기 잇속을 못 챙긴다는 단점이 될 수 있고, 열정적이라는 장점이 내일은 번아웃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자신의 장점에 의기양양할 필요도, 단점에 연연해할 필요도 없습니다. 장점에 치우치면 자만이 되고, 단점에 치우치면 콤플렉스가 됩니다.
원래 회색분자는 사상적 경향이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을 일컫는 말로, 보통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합니다. 그렇지만 자기 자신에게는 회색분자로서 마음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