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번쯤은 혼자서 해외여행을 가봤으면 좋겠어.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들 사이에 혼자 있는 기분을 느껴봐. 물론 혼자 하는 여행은 꽤 고독해. 그런데 그 고독함 속에서 진짜 나를 마주할 수 있어. 사람은 참 줏대가 없어서, 무리에 속해있을 땐 나도 모르게 그들과 동화되어 버려.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은 채, 고독한 여행을 즐겨봤으면 좋겠어.
2.
출발이 임박한 땡처리 항공을 이용해 봐. 단순히 가격 때문만은 아니야. 말도 안 되게 저렴한 가격도 큰 매리트지만, 어디로 떠나게 될지 모른다는 사실에 가슴이 뛸 거야. 그 설렘을 느껴봤으면 좋겠어.
3.
아무리 계획형 인간이라고 해도 말이야. 한 번쯤은 계획 없이 떠나봤으면 좋겠어. 지하철 시간까지 계획하는 건 출근할 때로 충분해. 단 며칠이라도 규칙에서 벗어나 불규칙 속에 온 몸을 던져보는 거야. 꼭 가보고 싶은 장소만 몇 군데 정해놓고 널널한 마음으로 떠나봐.
4.
구글맵 대신, 공항이나 숙소에 비치된 종이 지도를 이용해 봤으면 좋겠어. 종이 지도만으론 길 찾기가 어려울지도 몰라. 그럴 땐,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 분명 뜻밖에 즐거움이 생길 거야. 외국어가 유창할 필요 없어. 초등학교 수준의 영어면 충분해. 게다가 바디 랭귀지는 생각보다 강력해. 정 안되면 사진을 보여주면 그만이야. 현지인들은 외국인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알려줄 거야.
5.
그리 길지 않은 여행이라면, 유심칩을 꼭 사지 않아도 돼. 유심칩이 없어도 와이파이는 이용할 수 있으니, 걱정하는 것처럼 큰 지장은 없어. 여행 중에도 계속 휴대폰만 붙잡고 있는 걸 보면 조금 안타까워. 눈에 담을 게 얼마나 많은데. 여행의 즐거움은 의외로 정보의 부재에서 오는 경우가 많더라. 모든 걸 미리 알아보려고 하지 마.
6.
네이버에 나온 검증된 맛집도 좋지만, 한 번쯤은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식당에서 식사를 해봤으면 좋겠어. 무작정 걷다가 현지인들이 들어가는 식당에 따라 들어가 봐. 나는 좁아터진, 오래된 식당에서 현지인들과 어깨를 부대끼며 밥 먹었던 기억을 잊을 수 없어. ATM기가 어디 있냐고 물었더니, 사장님과 온 손님들이 상의해서 알려주더라. 너무 부담스러웠지만 행복한 추억이야.
7.
많이 보기보다, 하나라도 제대로 봤으면 좋겠어. 나도 알아. 짧은 여정에 최대한 많은 곳을 다니고 싶은 마음. SNS에 사진을 많이 올리고 싶기도 하고. 그런데 말이야. 아무리 남는 건 사진뿐이라지만, 그렇게 정신없이 보고 돌아오면, 진짜로 사진밖에 남은 게 없더라. 분명 좋았는데,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 잘 기억이 안 나. 사진 충분히 찍었으면 잠깐 벤치에 앉아서 사색을 즐겨봤으면 좋겠어.
- 문득 혼자서 여행을 해보고 싶어졌다는 후배와 대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