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행복은 비슷하다. 쫓을수록 멀어진다.
둘 모두 정량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상대적이라 얼만큼 벌어야 충분한지, 얼만큼 행복해야 진짜 행복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과연 얼마나 행복해야 행복인가?
로또에 당첨되면 행복할까?
당연히 행복하다. 행복해서 미칠 지경에 이른다. 하지만 그 행복감은 얼마 가지 않는다. 우리 뇌는 어떤 상황에도 금방 적응해 버리기 때문이다.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게재된 한 연구에 의하면 로또에 당첨된 사람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행복도가 원래의 상태로 돌아와, 당첨되지 않은 사람과 차이가 없어진다고 한다.
반대로 하반신 마비 환자도 사고 이후 감정을 회복하여, 장기적으로는 행복도에 미치는 영향은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happiness set point(행복설정점)'라 한다. 큰 행복도, 큰 불행도 우리 뇌는 금방 적응하고, 합리화하여 그 지속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이다.
로또 당첨과 하반신 마비는 너무 극단적인 상황이라 와닿지 않지만, 우리의 일상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예를 들어, 그토록 희망하던 회사에 입사해도 몇 달만 지나면 죽상을 한 회사원이 된다. 반대로 어머니의 암 진단에 하늘이 무너졌다가도 그럭저럭 내 삶을 잘 이어간다.
이러한 뇌의 특징이 과연 장점인지 단점인지 판단하긴 어렵지만, 어쨋든 우린 그렇게 진화해 왔다.
그런 관점에서, 전반적으로 행복한 삶을 위해선 한 번의 큰 행복보다는 사소하지만 자주 행복을 만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그 사실을 유퀴즈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30년간 행복을 연구해온 심리학자 서은국 교수님은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비유가 적절한지 잘 모르겠지만, 행복이라는 압정을 일상에 깔아놔야 해요"
자신에게 있어서 즐거움을 유발하는 압정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자주 만날 수 있도록 하라는 의미이다.
나는 결코 남들보다 좋은 조건에 있지 읺다. 그럼에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일상에 행복 압정을 한사바리 깔아두었기 때문이다.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
좋아하는 책을 읽는 것,
고양이를 껴안고 있는 것,
여행 가서 사진 찍는 것.
그리고 지금처럼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는 것.
이처럼 나는 수시로 행복 압정을 밟고 기쁨의 소리를 지른다. 그래서 로또에 당첨되진 못해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결국 행복은 갈구할 때가 아닌, 자신을 잘 아는 것에서 온다. 초점을 외부가 아닌 내면에 맞추어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지에 대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만큼 덜 행복해진다. 자신의 처지에 대해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깊이 생각하는 사람들보다 더 행복한 경향이 있다.
-인지심리학자 개리 마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