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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멈가 Nov 15. 2024

관광객과 배낭여행자는 다릅니다.

양손과 마음을 가볍게


Life is a journey that must be traveled no matter how bad the roads and accommodations.

삶은 길과 숙소가 아무리 나빠도 여행해야하는 여정이다.

Oliver Goldsmith






여행 짐을 꾸릴 때면 가방이 한없이 작게 느껴진다. 2박 3일이든, 일주일이든 마찬가지이다. 여벌 옷과 각종 상비약 등 꼭 필요한 것만 넣은 것 같은데도 캐리어는 금세 터지기 일보 직전이 된다. 그렇게 포화 상태로 시작한 여행은 힘겹다. 게다가 짐이란 게 늘면 늘었지, 줄지는 않는다.



돌이켜 보면, 여행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았다. 대부분은 '혹시 필요할지도 몰라서' 챙긴 물건이다. 집에 돌아와 짐을 풀 때면, 한 번도 꺼내지 않고 그대로 가져온 옷이나 물건이 꼭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다음엔 가볍게 다녀와야지' 하고 생각한다. 그러고는 같은 실수를 또 반복하지만 말이다.



무거운 짐을 꾸역꾸역 끌고 걸을 때면, 마치 내 인생과 닮은 것 같아 헛웃음이 난다. 앞으로 펼쳐질 일에 설레면서도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는 게 쉽지 않다. 다행히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닌가 보다. 흔히들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런데 여행이라고 다 같은 여행이 아니다. 여행도 그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절대로 휴양은 아니다. 반대로, 인생은 거친 배낭여행과 닮았다. 많이 방황하고 고생한다. 주로 비포장도로를 걷는 우리에게 크고 무거운 캐리어는 짐만 될 뿐이다.



인생이 배낭여행이라면, 우리는 마땅히 배낭여행자의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 그들은 오랫동안 전 세계를 누비지만, 그 짐은 오히려 조촐하다. 많은 것이 필요치 않다는 사실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배낭 무게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생존품만 넣어 다닌다. 그들의 양손은 자유로워 돌발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고, 언제든 다른 이의 손을 잡을 준비가 되어있다. 그런 가벼운 손과 마음이 그들을 뜻밖의 장소로 데려다주기도 한다.



관광객과 배낭여행자는 같은 장소에 있어도 크게 다르다. 관광객은 정해진 일정과 코스를 따르지만, 배낭여행자에겐 정해진 룰이 없다. 관광객은 아름다운 것만 보지만, 배낭여행자는 어두운 그림자까지 본다. 관광객은 조급하지만, 배낭여행자는 여유롭다. 관광객은 일상을 바꾸려 하지만, 배낭여행자는 인생을 바꾸려 한다.



인생은 호흡이 길고도 거친 여정이다. 모두가 휴양 같은 삶을 꿈 꾸지만, 실제론 고생길 훤한 배낭여행이다. 싫어도 걸어야 한다. 쉴 수는 있지만 그만둘 수는 없다. 그러니 간단히 채비하여 떠나자. 갑자기 찾아온 기회도 손과 마음이 가벼워야지만 잡을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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