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대학원을 갓 졸업하고 취직했다.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연구실이었다. 그런데 유명한 것과 월급은 비례하지 않았다. 석사 학위까지 받았지만, 세금을 떼고 나면 월 300만 원이 채 안 됐다. 그게 내 몸값이었다.
누구는 초봉으로 그 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했다. 아껴 살며 열심히 모으면 된다나. 맞는 말이다. 문제는 내 욕심이었다. 늘 하고 싶은 게 많은 내겐 300만 원은 너무 적었다. 나이가 들면 현실을 직시하고 그저 하루를 살아갈 줄 알았다. 우리 부모님처럼.
딱 두 배를 더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봤자 600만 원. 그 정도를 벌면 더 빨리 부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해에 나는 '월 600만 원 버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잊지 않으려고 매일 밤 노트에 적었다. 하루 100번씩, 100일 동안 썼다. 뇌에 각인시키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월급쟁이가 갑자기 월수입을 두 배로 높인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회사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다 보니, 어느샌가 600만 원이라는 목표는 잊어갔다. 매달 들어오는 300만 원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평범한 직장인이 되어 갔다.
시간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이제 24년도 끝이 보인다. 그런데 지난달, 뜻밖에 일이 생겼다. 갑자기 600만 원이 넘는 돈이 들어온 것이다. 고정 수입이 증가한 것은 아니다. 회사 내 긍정적인 이슈로 인해 일회성으로 받은 급여였다.
퇴근길, 한참이나 통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내게 의미가 있는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왜 잊고 있었을까?
21년에 5평짜리 원룸 바닥에 앉아 월 600만 원이라는 목표를 쓰면서도, 나는 그게 가능할까 싶었다. 막상 내 통장에 찍힌 그 금액을 보니 별거 없었다. 오히려 나 정도라면 마땅히 받아야 할 돈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사람 마음이 이토록 간사하다.
그동안 직접적으로 돈 얘기를 한 적은 없었다. 돈에 집착하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인정해야겠다. 난 돈이 너무 좋다. 내게 돈은 꿈을 살 수 있는 교환권과 같다. 다합에 별장도 갖고 싶고, 오키나와에서 혹등고래와 수영도 하고 싶다. 또 말을 타고 몽골 초원을 달리고 싶다. 아무튼 세상은 넓고 하고 싶은 일은 많다. 그리고 그 모든 일엔 돈이라는 교환권이 필요하다.
그래서 교환권을 더 많이 벌기로 했다. 하루는 책상에 앉아 고민했다. 얼마를 벌어야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 수 있을까? 그러자 말도 안 되는 금액이 머릿속에 떠 올랐다.
아니다. 전혀 말이 안 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그렇게 벌고 있으니까. 똑같이 머리 하나에 팔다리 두짝 씩 달려있는데, 왜 스스로 한계를 좁히는 걸까? 너무나 가능한 일이다.
이제 조심스럽게 노트에 이렇게 적어본다.
'2030년, 월 수입 3천 만원'
에라 모르겠다. 내 꿈인데 내 맘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