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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사진을 찍는 방법

by 멈가


내겐 다양한 취미가 있었다. 그 말은 한 가지를 지속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한때는 나무젓가락을 깎아 이것저것 만들었다. 20대 때엔 주짓수에 빠졌었고, 근래엔 열심히 달리고 있다. 그 사이에도 여러 취미가 있었지만 금방 질려버렸다. 엄마는 이런 내게 한 가지를 진득이 해보라고 종종 말씀하셨다. 하지만 취미란 게 원래 그런 것이 아닌가 하고 언제나처럼 다음 취미 거리를 찾곤 했다. 아니다. 일부러 찾아 나섰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빠져들고는 했다.



생각해 보니 꽤 오래된 취미가 하나 있긴 하다. 고양이 사진을 찍는 일이다. 처음 카메라다운 카메라를 샀을 때도 가장 먼저 연습한 건 고양이 사진 찍기였다. 다 큰 남자가 네이버에 고양이 사진 찍는 방법이나 검색하고 있으니, 당시에 한 직장동료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던 게 떠오른다. 그땐 고양이를 키우지도 않았다. 주로 길고양이나 남의 집 고양이를 찍었다.



오묘하고 신비로운 눈동자가 특히 좋았다. 고양이는 빛의 양에 따라 동공이 수축하고 팽창되는 정도가 매우 크다. 빛을 많이 받을 땐 파충류의 눈처럼 매서워진다. 빛이 적을 땐, 초콜릿을 갈구하는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동그랗다. 눈동자는 그 색깔 또한 무척 다양하다. 노란색, 초록색, 하늘색, 검은색 등등 종에 따라 다르고, 같은 종이라고 해도 개체마다 차이가 있다. 심지어는 같은 녀석이라고 해도 그날그날 색깔이 미묘하게 다르다. 고양이 눈은 마치 우주를 품은 듯하다.





털은 또 어떠한가. 장모종은 우아하다. 안 그래도 까칠한 녀석들을 더욱 도도해 보이게 만든다. 반면 단모종은 친근하고 익살스럽다. 왠지 금방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그렇진 않지만 말이다. 털색이 매력적인 고양이라면 코리안 숏헤어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고양이로, 품종묘는 아니지만 색과 패턴이 다양해서 매력적이다. 특히 같은 배에서 나왔어도 형제자매가 다 다르다. 그런 걸 보면 새삼 유전자의 경이로움을 느낀다. 물론 고양이 털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다. 이럴 때 쓰는 말은 아닌 것 같지만 아무튼 그렇다.





고양이를 찍는 방법은 일반 피사체를 찍을 때와는 다르다. 두 가지 접근 방법으로 나누어 보자. 첫 번째는 물리적 요령이다. 고양이는 눈이 가장 큰 특징인 만큼 초점을 눈에 맞춘다. 움직임이 많으므로 추적 AF 모드를 사용하는 게 좋다. 셔터스피드는 높여 연사를 촬영한다. 그럼 10장 중 한 장은 건지기 마련이다.


고양이 촬영은 두 번째 요령이 핵심이다. 바로 선을 넘지 않는 것이다. 고양이이겐 보이지 않는 선이 있다. 그 선을 넘으면 피한다. 문제는 개체마다 그 선이 다르다는 점이다. 어떤 고양이는 사람을 보기만 해도 도망간다. 반면 어떤 고양이는 꽤 가까이까지 허락한다. 따라서 허락된 선에서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찍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초면에 그 적정선이란 걸 어떻게 캐치하는가? 그건 바디 랭귀지를 통해 알 수 있다. 한가로이 앉아 있는 고양이에게 다가가면 가장 먼저 눈빛으로 경계한다. 조금 더 다가가면 근육이 긴장한다. 여기서 더 다가가면 자세를 바꾼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건 여기까지가 최대이다. 이 이상 다가가면 도망가 뒷모습밖에 건질 수 없다.





고양이는 정말 오묘한 생물이다. 내가 키우고 있지만 키우는 느낌은 아니다. 생활 공간을 공유하며 그저 같이 지내는 느낌에 가깝다. 길고양이도 마찬가지이다. 오랜 세월을 인간과 살아왔음에도 쉽게 곁을 주지 않는다. 길고양이는 언제든지 반려묘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반려묘 또한 언제든지 길고양이가 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선은 아무래도 그 친근함과 경계심 사이의 경계선인 듯하다. 내 오래된 취미는 그 선에 서서 그들의 모습을 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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