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진짜 재밌는 이유는 그 어떠한 클리셰도 없다는 점에 있다. 클리셰는 소설이나 드라마 등에 자주 쓰이는 소재나 이야기의 흐름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나쁜 놈은 결국 벌받는다는 권선징악이나, 위기의 순간에 조력자를 만나 극복하는 이야기 등이 있다. 이러한 클리셰는 사이다 같은 청량감을 부여하지만, 진부하고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착한 사람이 반드시 잘 된다는 보장도 없고, 위기의 순간 조력자가 '짠' 하고 나타날 리 만무하다. 게다가 요즘은 착실하게 일하는 것보다 코인으로 한순간에 더 큰 부를 쌓을 수도 있다. 이 시대엔 요행도 실력이며, 모험에 대한 대가로 본다. 한 마디로, 인생은 실전이고 우리에게 약속된 해피엔딩은 없다.
이러한 냉혹한 현실에 회의를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좌절할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다. 약속된 해피 엔딩이 없듯, 약속된 새드 엔딩 또한 없기 때문이다. 그 말인즉슨, 나의 이야기를 내가 직접 써 내려갈 수 있다는 뜻이다. 현실에서 펜을 쥐고 있는 건, 어떤 전지적인 존재가 아니다. 오직 나뿐이다.
거대한 서사의 흐름을 바꾸기란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우리는 살면서 그러한 케이스를 종종 목격하지 않았던가? 그들과 보통 사람 간의 차이가 있다면, 그건 펜을 꽉 움켜쥐고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뿐이다. 그들은 모두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다.
펜을 잡는다는 건, 삶의 태도를 바꾼다는 말이다. 흐르는 대로 사는 게 아니라, 직접 물길을 내어 흐름을 만들겠다는 의지이다. 부족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어 메우고, 불필요한 소비를 참아 내고, 지루하고 두려운 일을 마땅히 해내야 한다. 그렇게 한 삽 한 삽 떠내는 노역 가운데 내 이야기의 판도가 바뀌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