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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글에 통찰을 담을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by 멈가



어떤 날은 그럭저럭 쓰고, 어떤 날은 아무것도 쓰지 못한다.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도무지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할지 몰라서이다. 어제가 그런 날이었다. 삼십 분째 앉아 있었지만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겨우 몇 줄을 써 봤지만, 억지로 쓴 글은 티가 난다. 결국 모두 지워버렸다. 그런 날은 조금 허탈하다.



"매일 글쓰는 분은 어떻게 그럴 수 있나요?"


글 쓰는 사람이 모인 한 SNS에 푸념이자 조언의 글을 올렸다. 기대했던 노하우나 혜안이 담긴 답변은 없었다. 다만 나 같은 사람들이 여럿 나타났다. 뭐라도 쓸 때까지 주야장천 앉아 있는 사람도 있고, 똥글이라도 쓰고 혼자만 볼 수 있도록 비공개로 돌리는 사람도 있었다. 다들 나와 비슷한 경험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한 사람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 쓰신 네 줄의 글도 제겐 글로 보여요."


나의 사소한 고민을 적은 네 줄의 글, 그것도 글일 수 있다는 답변. 그 말은 내게 작은 깨달음을 주었다. 왜 정보를 담아야지만, 통찰력 있는 글만이 글이라고 생각했을까? 세상에는 공감이 가는 글도 있고, 재미로 보는 글도 있고, 생각할 거리를 주는 글도 있고, 슬픈 글도 있고, 고민이 담긴 글도 있고, 풍경을 그린 글도 있다.



모든 글에 통찰을 담을 수도 없고,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 힘 빼고 쓴 글이 더 쉽게 읽힌다. 그걸 떠 올리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 덕분에 오늘은 가볍게 쓰고, 가벼운 마음으로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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