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시작했을 때, 나는 글쓰기에는 어떤 법칙이 있다고 생각했다. 수영으로 치면 웨이브 동작 만들기나 음파 호흡법처럼,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러한 법칙을 따라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여러 글쓰기 관련 책을 읽었고, 작가나 글쓰기 인플루언서의 SNS를 팔로우했다. 그렇게 그들이 알려주는 노하우를 습득했다.
짧게 써야 합니다.
대화하듯 써야 합니다.
문장은 무조건 '다'로 끝내세요.
사실만을 담아야 합니다.
수동태가 아닌 능동태 형식으로 써야 합니다.
어쩌고 저쩌고
블라블라
이제와서 말하자면, 모두 유용한 팁이지만 절대적인 법칙은 아니다. 우리가 쓰는 일반적인 글을 에세이라고 한다. 에세이의 뜻이 무언인가? 네이버 사전에는 이렇게 나온다.
에세이 (essay)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 보통 경수필과 중수필로 나뉘는데, 작가의 개성이나 인간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유머, 위트, 기지가 들어 있다.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작가의 개성이나 인간성'
'유머, 위트, 기지'
이런 것들이 에세이의 핵심이며 보고서나 논문과 다른 점이다. 글쓰기에 '반드시'란 없다. 팁은 참고만 하는 게 좋다. 언제부터인가 글쓰기가 무겁게 느껴졌다. 과거의 글을 보면 자유롭고 재미있다. 왜 그런가 하고 생각했더니, 수많은 글쓰기 법칙을 내 글에 적용하려니 쓰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 것이다. '문장 짧게 쓰기'가 특히 그렇다. 독자의 집중력과 리듬감을 고려한 글쓰기 팁인데, 이를 지나치게 의식하면 내 생각을 오롯이 표현하기 어렵다. 인간이란 얼마나 복잡한 생명체인가? 모든 생각과 감정을 짧게 쪼개어 쓸 수는 없는 법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세계적인 대문호이지만 그가 쓰는 문장은 절대 짧지 않다. 꽤 자주 주절거리며 생각을 글에 고스란히 담는다. 문장이 짧으면 짧은 대로 명료해 보이는 장점이 있고, 길고 장황하면 그것도 나름대로 글쓴이의 감정이 잘 느껴지기도 한다. 중요한 건 본인의 스타일을 찾는 일이다. 따라서 보고서처럼 특정한 형식이 있거나, 논문처럼 논리가 중요한 글이 아니라면, 사람들이 말하는 글쓰기 법칙을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