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보면 종종 써먹고 싶은 문장을 만난다. 하지만 그 문장은 작가의 생각이므로 그냥 써먹으면 표절이 된다. 다만 출처를 밝히면 인용이 된다. 의미는 가져가되, 문장을 재해석하면 비로소 내 생각이라 쳐줄 만하다.
남의 생각을 가져다 다시 쓰는 게 어떻게 내 생각이 되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대개 생각이 만들어지는 방식이 그러하다. 이 세상에 더 이상의 '새로운 생각'은 없다는 말이 있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으로 보이는 생각도 사실은 기존의 개념에 살을 붙이거나, 두 가지 이상의 아이디어를 융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나는 정말 새로운 생각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우리의 생각이 만들어 방식에 대해서는 재해석, 융합론에 동감한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그다지 창의적이지 않은 듯하다. 들어오는 정보가 없으면 만들어내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며칠이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글감이 고갈된다. 글 쓰는 사람 대부분이 다독가인 이유이다.
생각을 만들기 위해선 또 다른 생각이 필요하다. 사색을 통해 의미를 살피고, 내 시선을 입혀야 한다. 글쓰기에선 그것을 변주라 한다. 쉽지 않지만, 그 과정을 거쳐 나온 문장만이 진짜 내 생각이 되고, 결국 내 인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