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구두 신고 덕순이가 간곳은
몇 살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이었을 것이다. 방학이면 동네 교회에서 늘 달란트 행사가 열렸다. 선물을 받고 맛있는 먹거리를 살 수 있는 그저 작은 이벤트였지만 그때 내게는 중요한 일정이었다. 새벽예배든 아침예배든 수요일과 일요일만 되면 꼭 교회에 가서 기도하고 달란트를 받았다.
이슬 맺힌 새벽 교회에 가려는데 유독 빨간 구두가 신고 싶어졌다.
동화 속 ‘빨간 구두’가 떠올라 그걸 신고 가면 큰일 나는 게 아닌가 싶어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에이, 모르겠다 ‘ 하며 신고 나섰다.
아마 수요일 이른 예배였던 것 같다. 예배당에는 아무도 없었고 나는 가지런히 구두를 벗어두고 기도 자리에 앉았다. 그때의 기도 제목은 언제나 ‘가족의 행복‘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종교적 믿음을 떠나 어린 마음으로 드린 그 순간의 기도가 내 인생에서 가장 순수한 믿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적막이 감돌던 공간에서 두 손 모아 눈을 감고 기도하는데 어디선가
“덕순아—”
하고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눈을 번쩍 떠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예배당은 여전히 나 혼자였다.
순간 ‘세상에, 내가 빨간 구두를 신고 와서 하나님이 나를 혼내시려나 보다’ 하는 어린 마음이 덜컥 들었고 달란트고 뭐고 예배당을 후다닥 뛰쳐나왔다.
구두를 신으려는데 분명 가지런히 벗어두었던 빨간 구두가 흐트러져 있는 것이 아닌가!
’맙소사, 대체 왜 빨간 구두를 신었을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어찌나 멀게 느껴지던지 마치 발에 돌덩이가 묶여 있는 듯 무거워 도저히 빨리 달릴 수가 없었다. 귓가에는 자꾸만
’ 덕순아, 덕순아‘
그 목소리가 맴돌고 등에 땀줄기가 흘렀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이불속으로 파고들어 눈만 내민 채 숨었다. 다행히 새벽농사를 마치고 부모님이 돌아오시는 소리에 안도감이 밀려와 이내 잠들었던 기억.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목소리는 아마 예배 준비하러 오신 목사님이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중 하나다.
그리고 어쩌면 그래서일까. 중학교 때 잠깐 친구 따라 교회를 다시 다녀본 적이 있긴 하나 끝내 믿음이 깊이 자리 잡지 못해 지금 난 불교에 가까운 무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