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모랫바람이 내어준 선물
복숭아밭이 생겼다.
덕순이 아빠가 중동에서 돌아온 지 꼭 일 년 되던 해, 진숙이는 양짓말 가장 안쪽에 밭을 샀다. 덕순이 손을 잡고 둘째를 등에 업고 시내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어 편지와 함께 부치던 그 시절. 사무치게 그립던 시간들이 쌓여 복숭아밭이라는 새로운 시작이 되었다.
진숙이가 등을 떠밀어 보낸 중동에서의 1년은 덕순이 아빠에게는 10년 같았다. 매일 불어닥치는 모랫바람보다 고된 노동보다 더 힘들었던 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1년만 더 있었으면…’ 내심 기대하던 진숙이도 남편의 외로움을 알기에 더는 채근하지 않았다. 이마저도 감사한 일이었다.
양짓말 밭에는 복숭아나무를 심기로 했다.
농사도 사업이라 생각해 오이농사, 논농사 이것저것 해봤지만 큰돈 벌기는 쉽지 않았다. 특히 오이농사는 시설까지 지어 빚만 잔뜩 지고 끝내고 말았다. 농사란 게 내 맘 같지 않다. 그래도 밭고랑에 서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는데 어쩌랴.
그래서 이번에는 복숭아 과수원이다. 6월부터 9월까지 품종별로 나눠 수확하면 꽤 괜찮은 과일이라 여겼다. 가까운 조치원에서도 많이 짓는 과수라 어느 정도 길이 보였다. 물론 복숭아는 까다로운 농사다. 손도 많이 가고 금세 물러 저장 기간도 짧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래도 해볼 만하다고 믿었다.
해가 거듭될수록 과수는 많아지고 일손은 늘 모자랐다. 결국 다른 이들의 손을 빌려야 했다.
어느 날은 둘째를 밭에 풀어놓은 채 바삐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동네 아주머니가 아이를 안고 냉큼 달려왔다.
“오매, 애기 엄마! 애기 좀 봐유! 뱀이 애 주변에 있었당께! 큰일 날 뻔혔어!!“
아주머니 얼굴은 진숙이보다 더 하얗게 질려 있었다.
아이를 받아 든 순간 진숙이의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저 아이만 부둥켜안고는 “아이고, 미안하다… 미안해…”만 중얼거릴 뿐이었다.
그렇게 아슬아슬하고 어려운 날들을 이어가며 복숭아 농사는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