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2

웨스트우드를 잊은 밤

by 윤덕순

곧 1학년 때 같은 반이 되고, 그 후엔 다른 반이었어도 늘 찐친이었던 홍이의 무대가 시작될 차례였다.


늘 밝고 살가운 홍이는 여고 축제든 수학여행이든, 어디서든 춤과 노래로 주목받길 좋아했다.

그 곁엔 언제나 전담 미용사이자 코디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나였다.


우린 찰떡이었다.

홍이에게 어울리는 머리를 만져주고, 옷매무새를 다듬어주는 일이라면 척척이 었다.

대단한 감각이 있어서라기보다, 무대에 서기 전 홍이가 편안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그 시간이 즐거웠다.


그날 홍이의 의상은 나팔바지에 노란색 딱 붙는 상의.

양갈래로 나눈 머리를 잔뜩 부풀려 거대하게 만들고, 얼굴엔 반짝이를 흩뿌리듯 뿌렸다.

숙소 마당의 조명 아래, 어디서 봐도 빛날 준비가 완벽했다.


“이제는 웃는 거야~ 스마일 어게인~”

작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노래에 맞춰, 엄정화가 그대로 튀어나온 듯한 싱크로율.

홍이의 화려한 무대 매너에 숙소 마당은 순식간에 함성과 환호로 가득 찼다.


서울에서 왔다는 옆 숙소 남고 학생들이 몰래 담벼락 너머로 구경하느라 진땀 빼는 모습이 웃기기도, 괜스레 신경 쓰이기도 했던 가을밤.


그 밤 덕순이는 남은 친구들의 장기자랑 무대에 푹 빠져 낮 버스 안에서 있었던 웨스트우드 바지 사건은 어느새 까맣게 잊었다.


경주의 선선한 바람과 웃음소리 속에서,

덕순이는 그저 마음껏 즐거운 여고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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