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쓴맛, 영 달지가 않아

기아봉고 오너가 된 진숙이의 인생 2막

by 윤덕순

인생은 역시나 쓰다.

이래저래 쌓인 대출이자가 11%까지 치솟았다.

애들은 자라는데 더 이상 농사에만 의존할 수는 없겠다 싶었다.

그래서 진숙이는 결심했다.


일단 운전을 배우자.

1종 보통면허를 따고, 차를 사자.


보통이 아닌 진숙이는 역시나 억척스러웠다.

기어 변속을 제대로 못 해 한 차례 떨어졌지만

바로 다시 도전해 기어코 면허증을 손에 쥐었다.

진숙이 생애 첫 자격증이었다.


그리고 겁도 없이 덜컥 하얀색 기아 봉고를 샀다.

그 길로 또 무언가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번엔 한식조리사 자격증이었다.

이런저런 주방 도구를 마련하고, 책을 파고들더니

필기는 떡하니 붙었다.


영 자신이 없던 실기는 학원까지 다니며 준비했는데

결국 해냈다.


두 개의 자격증을 손에 쥔 진숙이는

증명사진을 찍고 이력서를 펼쳤다.

텅 빈 이력서 위에 정성스레 글씨를 적어 내려갔다.


1종 보통면허 자격증 소지.

한식조리자격증 소지.


야무지게 마침표를 찍고,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그 길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단숨에 취업까지 성공했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

‘국민학교 다닐 때까지만은 일찍 퇴근할 수 있는 곳’

그 한 가지 조건으로 찾다 보니 닿은 곳은

어느 연구소의 구내식당이었다.


스쳐 지나갈 알바처럼 시작한 그 일이

20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할 줄은

진숙이도, 그 누구도 몰랐다.


소일거리 삼아 푼돈 한번 벌어보겠다 시작한 일이

결국엔 온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게 된 것이다.


우스갯소리로들 말했다.

“여자가 1종 면허 따면 트럭 몰며 험하게 살아진다.”

생계를 위해 트럭을 몰지, 누가 좋아서 몰겠냐며 웃지만—


그랬던 그 시절, 진숙이는 진짜로 트럭을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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