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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는 소 Jul 15. 2024

예쁜 군만두가 먹기도 좋다?

사람이 적당히 꾸밀 줄 알아야 한다네요.

"아이고... 사진이 이게 뭐야?"


업무와 관련된 행사소식을 종종 지역언론사에 보도자료로 배포하곤 한다. 오래전 인천에서 일할 때, 1년 동안 기고문을 실어준 인연으로 해당 언론사의 기자님과 다시 연결되어 지난달 말쯤 지면에 개인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지역신문이긴 하지만, 엄연히 언론사다.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것도 손이 많이 가고 기사가 지면신문에 인쇄되는 것도 쉽지 않다. 특정 주제로 꾸준히 기고문을 쓰는 것은 수고스럽지만 기록을 남기는 일이고 개인 인터뷰가 실리는 것은 가문의 영광이다. 그 가문의 영광을 이뤘으니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았다.


인터뷰 및 정리는 미리 진행했었는데, 기자님이 갑자기 연락을 해서 사진을 찍자고 하셨다. 잘 찍은 사진이 있으면 그걸 써도 되는데 최근 사진이면 더 좋다는 거였다. 현재 소속 기관의 명칭이 사진 뒤에 나와야 했다. 외부 장기간 교육출장을 갔었는데 잠깐 외출을 해서 사무실로 급히 달려왔다. 옷은 어젯밤에 교육숙소에서 급히 다림질로 폈지만 후줄근했고 캐주얼했다. 머리는 부스스했다. 평소 정장을 맞춰서 입는데 보란 듯이 그날 사무실에는 재킷이 없었다. 기자님이 괜찮다며 그냥 여러 컷 사진을 찍었다. 그날 머리에 무스를 바르고 풀정장을 착용한 기자님이 날 어떻게 바라봤을까 생각하니 아찔하다. 


그렇게 나온 인터뷰기사의 사진을 보며 아내와 누나가 한 마디씩 거들었다. 


"옷 좀 새거 사서 잘 입고 찍지 그랬냐"

"얼굴 시커멓게 나온 거 봐. 화장하기 싫으면 선크림이라도 발랐어야지"


여기저기 기사를 읽었다며 아는 체하는데, 속으로는 사진얘기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온라인과 지면에 나오는 사진인데, 외모에 신경을 써서 좋은 이미지를 챙겼어야 하는 거 아니겠냐며 내게 한 마디씩 하고 있으리라. 사람이 적당히라도 꾸밀 줄 알아야 하는 법이란다. 




평상시엔 특별하려고 노력하는데 특별한 날엔 그냥 평범하려고 애쓰는 성격이다. 생각해 보면 평생 이렇게 살아온 것 같다. 평소에 군복을 잘 다려 입으니 군대에서의 첫 휴가 전날밤 칼같이 군복을 다림질하는 동기들 사이에서 그냥 잠을 잤다. 휴가날 내 군복은 빳빳한 주름이 없었다. 평소에 맞춤양복을 입고 직장을 다녔기에 그 양복 그대로 입고 처남 결혼식 때 참석했다. 바지무릎이 다소 나와 있어 처남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지역언론사의 고정필진으로 활동하려고 제출하는 사진을 핸드폰으로 찍었다가 이건 아닌 것 같아 사진관에서 가서 찍었다. 사진관 사장님이 1만 원을 추가하면 보정을 잘해 주겠다고 하셨는데, 사진관에 와서 촬영한 것만으로도 나에겐 특별했기에 거절했다. 거무튀튀한 얼굴이 그대로 나왔는데 그냥 그 사진을 제출했다. 내가 왜 그랬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이번 인터뷰 기사 촬영 시에도 생각은 특별했는데 실제 행동은 평상시였다. 교육기간 동안 저녁때 인근 상점에서 셔츠라도 살까 고민했지만 동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더 좋아서 포기했다. 새벽에 잠깐 집에 가서 정장이라도 가져올까 생각했지만 좀 편안한 복장이 좋지 않을까 하여 그냥 잠을 청했다. 인터뷰한 기사내용이 중요하지 사진이 뭐가 중요하겠느냐며 나의 내면에 집중하자는 생각이었다. 

 

이런 모습은 좋은 면도 있고 안 좋은 면도 있다. 좋은 면은 특별할 때 잘 떨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던하다고 해야 할까? 평상시 '난 특별해!'라며 다양한 연습을 해두니  그 특별한 때가 왔을 때 두렵거나 떨리는 마음이 별로 없다. 긴장은 하지만 그 긴장으로 실수하지는 않으니 장점이긴 하다. 안 좋은 면은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후회스러움을 야기한 내 모습에 안타깝고 그로 인해 주변에 미안해한다는 것이다. 나를 포함하여 누군가에게는 정말 특별한 순간이거나 특별함이 요구될 때, 너무 평상시처럼 행동하니 감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멋진 정장차림으로 내 사진을 찍으러 온 기자님과 인터뷰 기사를 기대하며 봤을 주변 사람들은 사진 속 내게 안타까움을 느꼈을 것이다. 감동을 주는 특별함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었을 것이다. 나만 좋으면 된다는 입장인데, 다르게 보면 아쉬운 내 성격이다.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 뭐. 

아내와 둘이 얘기하며 웃었다. 하지만, 기회가 다시 오지는 않을 것이다. 특별함의 기회는 어렵게 왔다가 쉽게 가버리더라. 아내도 그렇고 나도 마찬가지로 그 특별함의 기회를 잘 잡지 않는 사람들이다. (잘 잡지 못하는 것일 수도..)  인생처음 다큐멘터리 영화배우가 되어 극장 GV 무대에 서는 날, 아내는 평소 입던 옷을 입고 나갔다. 오래된 경력을 바탕으로 책도 출판하고 영화까지 나왔으면 그것을 기반으로 여러 영역의 활동을 넓혀가겠지만, 아내는 여전히 자신을 드러내기 주저한다. 공동육아나 방과 후 활동운영에 궁금한 사람들이 많은데 딱히 자신이 알려줄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부부가 성격이나 생각하는 게 비슷하다. 그래서 같이 사는 모양이다. 


대외적으로 비슷한 활동을 하는 친구의 핸드폰을 봤더니 멋진 자기 사진이 갤러리에 한가득이다. SNS에는 자기 학력과 경력, 정장과 캐주얼 등 잘 차려입은 사진들을 올려놓았다. 비슷한 학력과 경력, 업무능력인데 이렇게 차이가 나는구나 싶었다. 아니, 비슷한 것은 아닌 듯하다. 이미 자기 홍보능력에서 그 친구가 나와는 차이가 크다. 잘 나가는 사람은 다 이유가 있다. 친구의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잘 꾸미지 못하는 내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열심히 노력하진 않을 거 같다. 그냥 나 좋으면 됐지 뭐. 이게 내 본모습인걸. 지금껏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이만큼만 살고 싶다. 더 멋지게 살거나 더욱 크게 성공할 것도 아니고.


굳이 내가 먼저 나를 알리지 않아도 필요하면 나를 찾아올 테지. 

멋지게 포장된 내 모습보다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날 것의 내 모습을 더 좋아해 주는 곳이  있겠지.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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