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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는 소 Nov 11. 2024

지옥은 '무엇'인가?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2> 리뷰 1

연상호 감독의 지옥 2가 넷플릭스에 공개되었다. 시즌 1을 워낙 재미나게 보았기에 시즌 2가 어떤 내용으로 나올지 궁금했었다. 내용이 잘 기억나지않아 시즌1을 다시 정주행했다. 배우들의 연기와 신선한 내용전개가 강렬했던 시즌 1에 비해 이번 시즌은 다소 지루한 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몰입도가 떨어지지는 않았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드라마의 줄거리는 여러 전문가들이 다루어줬으니 생략하고 나만의 리뷰 쓰기에 다시 도전해 본다.


1. 햇살반 선생님을 통해 지금 종교인들의 모습을 본다.


문근영 배우의 연기변신이 새롭다.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니 연기력을 논할 필요가 없다. 마냥 순진해 보이고 일상에서 만나는 평범한 사람 같던 햇살반 선생님 오지원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자기 자신의 죄를 속죄하고자 과감하게 극렬 종교인으로 변한다. 드라마이다 보니 그 심경변화의 과정이 깊게 묘사되지 못하고 과감한 분장의 괴이함이 다소 이해가 안 될 수도 있겠으나, 실제 종교적 헌신에 심취하는 사람들과 종교인들의 양면성을 보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햇살반 선생님의 캐릭터를 문근영 배우가 아주 잘 드러내주었다고 생각한다.


종교인들의 평소 일상은 평온하다. 진리를 찾고 믿음의 대상에 무한한 존경과 신뢰를 보낸다. 평상시의 오지원 모습이라고나 할까? 주변에 헌신하고자 하는 열망도 강하니 종교인들만 모여 있으면 세상 참 평화가 올 것만 같다. 하지만, 각자의 신앙들이 대립하거나  교리적 부분이 서로 맞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신앙이 강한 신념이 되면 어떻게 되나? 우리는 그 과정과 결과를 잘 알고 있다. 순수했던 햇살반 선생님은 영매와 같은 분장으로 변모했고 잘못된 속죄방식을 대중에게 제시하며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일상의 사랑하는 남편에게 상처를 주고 말이다. 이런 영적전쟁은 신앙을 가진 사람이 모인 가정과 조직에서 비일비재하다. 햇살반 선생님은 특별하지 않다. 언제든 화살촉 리더 같은 광신도의 모습을 가슴속에 숨기고 산다. 우리 주변, 사회곳곳에 존재한다. 종교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감독이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 지옥은 과연 무엇인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놓고 시연을 당한 새진리회 초대교주 정진수의 지옥은 어땠을까? 부모에게 버림받은 자기 자신, 바람난 엄마, 남의 가정을 무너뜨린 엄마의 남자친구, 가정폭력을 일삼던 아빠, 정의를 가장한 살인자로서의 본인... 이 모두가 지옥이었다. 누군가 '저건 잘못되고 나쁜 것이야'라고 지시해 준 것이 아닌, 자기 스스로 창피하고 부끄럽고 죄라고 느껴지는 '관념들'이 곧 지옥이었다.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에서 피부를 데이고 혀를 뽑히고 계속 배부르게 먹어야 하는, 기존 지옥의 개념과는 다른 해석이다. 영원한 고통의 불에서 계속 고통을 당한다는 지옥의 모습은 정진수가 6년간 체험하며 넘나드는 체계들과 똑같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를 통해 지옥의 진짜 모습이 과연 무엇일까 고민하는 감독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또 다른 부활자인 박정자(최초 공개 시연자)의 지옥은 '무엇'과 '어디'였을까? 사랑하는 아이들을 남겨두고 혼자 외롭게 대중 앞에서 시연을 당해야 했던 박정자의 지옥은, '아이들이 없는 세상'이 지옥이었으리라. 아이들을 낳기 전의 과거가 정확히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사는 자기에게 찾아온 지옥행 고지가 자기의 과거 때문은 아닐지에 대한 후회가 지옥에 펼쳐지진 않았을까? 남겨진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걱정 지옥이 다양한 형태로 박정자에게 찾아왔을 것이다. 그 후회와 걱정을 집어삼킨 지옥이 끝없는 나락으로 박정자를 끌어내렸을 것이다. 그런 극한 경험이 부활 이후 말을 못 할 정도까지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했다. 아이들이 전부인 엄마에게, 아이들이 없는 세상은 그냥 지옥일 뿐일 테니까.


3. 지옥은 결국, 사람이 만든 현실이다.


영화 '신과함께'를 보면 다양한 지옥의 모습이 나온다. 단테의 '신곡'과 소설 '천로역정'에서도 지옥의 모습이 나온다. 성경에서는 지옥을 흑암과 어둠, 극심한 고통, 불타는 풀무와 영원한 불 등으로 묘사하고 있다. 지옥은 정말 그런 모습일까? 천국과 지옥이 있다는, 종교적 교리를 여기서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 속에서 지옥은 결국, 사람이 현실세계에 만들어 냈다.

사람의 자율성이라는 대사가 드라마에서 종종 언급되는데, 감독도 현실세계가 지옥이라는 사실을 그려내고 싶었던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고지를 받았더라도 자기의 죽음을 잘 준비했더라면, 공개시연을 보고 난 뒤 신과 지옥의 존재를 인지하고선 존중과 배려의 사회를 만드는데 모두가 노력했다면, 종교인들이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폭력과 권력의 손을 잡지 않았더라면, 자기의 신념만을 위해 살지 않았더라면, 서로가 좀 더 진실되었다면 드라마 속 세상은 어떻게 변했을까? 현실과 빙의된 다양한 군상들의 모습을 드라마에 녹이면서 감독은 결국, 지옥의 모습이 현재 세계에서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고 운영되고 있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리뷰 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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