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사랑의 달인가 보다. 나이가 있으니 한동안 다니지 않던 지인 결혼식이 두 번이나 열렸다. 나이 50이 되어 다니게 되는 친구와 후배의 결혼식은 기분이 새롭다. 10월의 멋진 날을 결혼식으로 만든 지인 커플들을 축하하며 앞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내 차로 웨딩카를 만들어 신혼여행까지 보냈었던 친구는 장거리 직장문제로 원치 않게 별거생활을 하다가 얼마 전에 이혼을 했다. 그러더니 올 10월 초에 갑자기 재혼을 한다며 연락을 해왔다. 여자가 초혼이라서 성대하게 결혼식을 치르기로 했다고 했다. 이유야 어쨌든 결혼식장에 가서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초혼이라는 상대 여성분이 친구보다 2살 터울의 연상이라고 했다. 서로에게 잘 된 상황이라며 열심히 박수를 쳐주었다.
다른 결혼식은, 같이 대학을 다닌 여자 후배의 결혼식이었다. 신랑이 된 남성과 오래전에 사귀다가 몇 번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더니 결국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 커플도 신랑이 2살 정도의 연하였다. 결혼식장 주변에서 대학교 졸업 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만나는 사람들과 인사했다. 초록초록했던 사람들이 단풍색을 띠었다. 세월 속에 나와 사람들이 서있었다.
결혼의 적령기가 따로 있겠냐만, 50세 언저리의 결혼 커플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많은 도전과 고민거리들을 던질 것 같았다. 막 결혼생활을 하는 후배커플한테 주례를 하는 목사님은 강아지 얘기를 하시기도 했다. 재혼하는 친구커플은 이미 각자 오래전부터 강아지들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결혼 후 무엇인가에 애정을 쏟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결혼생활을 이미 한, 혹은 나이를 적당히 먹은 사람들들은 잘 알고 있다. 결혼의 순간을 축하하면서도 다들 출산의 선택과 계획을 어떻게 갖고 있는지 궁금해했으리라. 하지만, 두 결혼식에서 주례자 이외엔 아무도 출산과 강아지 키우기 등에 대해서 물어보지도, 얘기하지도 않았다. 나도 별다른 생각 없이 결혼식에 앉아 있었는데 뜬금없이 주례목사님이 강아지 얘기를 꺼내시길래, 10월 이 두 커플들의 출산계획에 대해서 갑자기 궁금해졌다.
오랫동안 교육계 쪽에서 근무하시다가 교장선생님으로 퇴임한 분과 회의를 같이 하는 자리가 최근에 있었다. 회의 중 우연히 결혼과 출산에 대해서 얘기하게 되었는데, 교장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결혼과 출산을 연속선상에서 보아선 저출산 극복을 할 수 없어요. 결혼을 하지 않아도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사회적 문화와 제도가 필요해요"
해외에서 공부를 하신 옆자리의 대학교수님이 말을 거들었다.
"프랑스에선 굳이 결혼을 하지 않아도 아이가 생기면 국가에서 지원해 주고 (공식) 가정을 이룰 수 있어요.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는 게 아니라 사랑하면 아이를 낳는 것이죠"
해외에서 공부한 대학교수님의 개방적인 의견이야 당연하다 했지만, 나이 지긋하신 교육계 어르신의 개방적인 저출산 극복 해결방식에 깜짝 놀랐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개념과 순서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셨다. 인식이 아니라 사회규범과 국가제도가 확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이다. 정년퇴임 후에도 활발한 사회활동과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으니 저렇게 진취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견지하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웨딩플래너를 끼지 않고선 결혼식을 할 수도 없고 그 결혼식을 올리기엔 돈이 엄청 필요하단다. 예식준비할 돈이 없고, 결혼해도 같이 살 집이 부족하고, 아이를 낳으면 돌봐줄 사람이 없고, 아이가 아프면 치료해 줄 병원도 부족하단다. 그래서 청년지원금을 늘리고, 신혼집 대출을 늘리고, 외국에서 보모를 수입하고, 의사수를 늘리겠다고 한다. 세계 최하위 출산율에 나라의 존망이 위태로울 정도니 아이를 한 명, 두 명 낳을 때마다 더 많이 돈을 주겠다고 한다. 모두 필요한 정책이겠지만 그냥 맞닥뜨린 문제를 일단 해결해 보자는 임시방편들이다. 결혼을 하지 않으면 가정을 꾸릴 수도 없고, 아이를 낳을 수 없고, 회사에서 자녀 수당도 받을 수 없고, 신혼대출도 받을 수 없는데 어떻게 하라는 얘기일까?
"그냥 우리 이대로 사랑하며 살게 해 주세요!"라고 얘기하는 게 아마 두 결혼커플의 속마음일 것이다. 결혼과 출산을 별개로 보자며 글을 쓰고 있으면서 지인의 결혼식을 통해 출산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나 자신도 멋쩍다. 하지만 어렵게 결혼을 한 지인 커플들이 좀 더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게 내 생각이다. 낳고 보니까 키우는 게 힘들어도 축복인 게 자녀들이었다. 가능하다면 두 커플의 가정이 출산의 축복을 받아도 좋겠다. 결혼식을 올렸으니 각자 알아서 잘들 살겠지만, 부디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이 사회는 결혼과 가정에 대해서 좀 더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자세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보수적이고 아직 개선되어야 할 문화와 인식이 많이 존재한다.
그냥 이대로 살아도 좋겠지만, 배우자가 있으면 행복하고 자녀가 있으면 기쁘고 행복하다. 부디 행복함에 기쁨이 배가 되는 축복 넘치는 커플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