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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닿 May 01. 2022

일 못하는 나를 참는 법

시간이 약이다.

감정에 지배되는 것을 정말로 싫어하지만 눈물을 참을 수 없는 날이 생겼다. 말을 하면서 감정이 격해져서 말을 더 이을 수 없었고, 헐떡거리느라 숨을 쉬는 것도 쉽지 않았다.


 몇 주간 지속되었던 자신감 결여가 씨앗이었고, 3일밖에 주어지지 않은 촉박한 마감일이 압박감이 되어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 고역이었다. 내 자리가 마냥 슬프게 느껴졌다. 마감일이 다가오지만 만족스러운 작업물이 아니었다. 마음속으로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 하다가 중간 컨펌을 위해 지금까지의 작업물을 보내라는 말을 듣자 불안감이 치솟았고 이대로 기절했으면 좋겠다. 쓰러졌으면 좋겠다는 문장으로 머릿속이 엉망으로 헝클어졌다. 그다음 날에는 이대로 죽으면, 교통사고라도 당하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으니 인지하지 못한 우울감과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당연히 안 좋은 말을 많이 들었다. 나의 마음에도 안 들었으니 충분히 이성으로 납득했으나 감정은 치솟았다. 울음을 참으려고 주먹을 쥐거나 눈을 부릅뜨거나 위를 바라보는 등의 별짓을 다 했지만 그 자리에서 결국 울고 말았다.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보다 일을 못하는 내가 싫었다. 자기혐오가 치솟았다.


 도움을 요청하려고 노력했으나 아직까지 말이 서툴어 원하는 대답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도 스트레스였고, 충분한 레퍼런스와 경험을 찾지 못해 검색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기술적인 경험도 부족해 막상 원하는 모습을 구현해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과거의 작은 성공이 긍정적이고 커다란 사람으로 나를 만들었다면, 몇 주간의 작은 좌절들이 차곡차곡 쌓여 자신감 결여와 부정적인 사람으로 나를 변하게 만들었다.


잘하고 싶은 마음과 그렇지 못한 머리 때문에 그릇 속 물이 아슬아슬하게 흔들리다 결국 크게 넘쳐버리고 말았다.

 실컷 울고 마음속에 있는 말을 내뱉으니까 편해졌다. 몇 번이나 헐떡거리느라 말을 제대로 시작하지도, 끝맺지도 못했지만 앞에 있는 상사가 인내심 있게 기다려준 덕분에 어느 정도의 말을 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스트레스가 풀리는 불닭볶음면을 먹고서 푹 잠들었다.


 출근하자 그토록 슬프던 것은 어디로 갔는지 상쾌해지고 쪽팔림이 남았다. 예전에 있었던 지나가면서 했던 말들이 떠오르면서 막혀 있었던 문제들도 풀리면서 소통과 더불어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마법처럼 일이 풀리는 과정이 신기하면서도 이게 뭐라고 그토록 힘들었나 되짚어보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이 글은 그 시간을 토대로 쓰였다.

 내가 겪은 경험이 아주 단편적이고, 이제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믿기로 했다. 일로 힘든 것은 일로 풀리며 시간이 약이다. 고비가 다가오면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도 그랬다. 퇴사한다고 말하면 어떻게 될까. 이게 나의 길이 맞는 걸까. 되도 안 되는 자신감으로 입사를 했는데 이렇게 부족한 실력으로 다들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까. 등등 도망치는 구실을 수십 가지로 늘어놓으면서 고민에 빠졌다.


도망가지 않은 이유는 하나였다. 여기서 도망가면 다음번에 똑같은 일이 일어나면 또 도망치게 된다. 내가 올해 추구하고자 하는 성장이라는 키워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금을 생각하면 도망치지 않은 나를 칭찬하고 싶다. 무사히 월급을 또 받을 수 있고(ㅋㅋ) 혼자서 공부하면서 배우지 못하는 실무 경험을 더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겉으로만 알고 있던 회사 사람들의 속마음도 조금씩 알게 되었다. 또다시 고비가 온다면 도망치지 않은 과거의 나를 떠올리면서 칭찬할 것이다.

축하해! 성장의 벽 코앞까지 도달했구나!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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