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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닿 Jul 02. 2022

애매한 재능이 있다면 기록하자

그런데 어디에? 어떻게?

 <애매한 재능이 무기가 되는 순간>과 <오늘부터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 책을 읽고 나서 확신이 생겼지만 아직까지 습관이 되지 않아 잘 지켜지지 않는 행동이 있다. 기록하기다.


 어렸을 적부터 문구류를 좋아하고 책 읽는 활동, 글 쓰는 활동 모두 좋아하지만 기록하는 습관은 쉬이 생기지 않았다. 일기 쓰는 것을 정말로 싫어해서 초등학교 방학 때부터 일기 쓰기 숙제가 작심삼일을 넘긴 적이 없을 정도였다.

 일기 쓰기보다 소설을 읽고 나만의 방식으로 모작에 가까운 창작의 길을 선호했다. 일기장은 성인이 되기 이전까지 세 권도 채 되지 않는데 소설을 쓴 노트는 배에 달하는데 당연히 두께도 두껍다.


 하고 싶은 것이 많고 애매하게 할 수 있는 것도 많은 나는 기록을 하지 않아 무엇을 잘하는지 모른다. 할 수 있는 것은 많지만 '잘하는' 범주에 넣기에는 애매한 재능들이 많다. 갈고닦는 노력을 하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어떤 감정'으로 해왔는지 잊어버린 것이 가장 큰 구멍이지 않을까 싶다. 

 어렸을 때 하고 싶은 것이 많아 경험한 것들이 많다고 하는데, 경험했던 기억과 감정이 사그라드니 못해본 것들만 생각나 쓸데없는 박탈감이 아주 가끔 나를 감싸, 은은하게 우울해진다. 

 회고의 시간을 가지기도 전에 새로운 자극을 경험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고, 과거의 기억을 통해 기록의 중요성 또한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다.


 다행히 성인이 되고 나서 일기를 쓰기 시작해 하루 일과를 기록하는 일기는 익숙해졌지만, 감정일기나 걸어 다니면서 생각나는 것들을 붙잡는 습관은 아직 없다. 특히 핸드폰으로 메모하는 습관이 전혀 없다. 요즘 MZ세대들은 잘한다고 하던데... 그리고 같은 MZ세대인데 나는 왜 유독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걸까? 어쩌다 핸드폰을 열었을 때는 도파민의 노예가 되는 경우가 더 잦다. 시간이 지나 "뭐하려고 핸드폰을 켰더라?"하고 중얼거리기 마련. 이미 영감은 날아간 지 오래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그저 탄식뿐이다.


  일기에 익숙하다고 하지만, 매일 일기를 쓰지 않는다. 오히려 <챌린저스> 앱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안 쓰는 경우도 허다하다. 감사일기, 감정일기, 5줄 일기 챌린지를 모두 경험했고 100% 성공으로 상금도 받았지만, 자발적으로 일기를 쓰고 잠든 경우는 특별한 경험을 했을 때가 대부분이었다. 

 직장을 얻게 된 이후로는 피곤함에 못 이겨 기절잠 자는 경우가 잦아져 그마저도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어 나의 시름은 더욱 커졌다고 할 수 있다.


 블로그를 해보라고 해서 블로그도 해봤고, 브런치에도 글을 쓰고 있지만 그날의 영감이나 기록보다 회고에 가깝다. 인스타그램도 시도했으나 카메라를 켜서 무슨 일상을 찍어 올려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아 며칠하고 그만두었다. 일기에 관한 책도 몇 권 읽고 실행을 해봤으나 번거로워 오래가지 못했다. 그나마 계속 흥미가 있는 것은 불렛저널이다.

 

 지금의 제일 큰 문제점은 독서기록장과 영감 노트, 일기장, 생각노트, 가계부, 루틴, 투두 리스트 모두 다 분리되어 있어서 어디에 기록을 해놨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생겼다. 툴 또한 노션과 구글 킵, 핸드폰 메모 앱, 카톡 나와의 채팅, 종이 노트, 아이패드 굿 노트로 또 다양하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무작정 기록을 한다고 해서 좋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깨달은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어떻게 해야 나와 잘 맞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하나의 룰을 만들었지만, 앞으로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수정해 나갈 것이다.

 일단 흥미가 있는 <불렛 저널>의 모습을 할 것이다. 툴은 아날로그 종이 노트다. 문구류를 좋아하는 내가 사놓고 쓰지 않은 노트가 꽤 있기 때문이다. 그 노트를 뜯어 새롭게 재단하고, 실을 이용해 바인딩 노트로 재탄생시킬 것이다. 그 외의 걸으면서 떠오른 생각들은 의식적으로 핸드폰 메모 앱을 이용하려고 한다.

 매일 밤 10시에 메모 앱에 써놓은 생각들을 아날로그 노트에 옮겨적으며 생각의 생각을 물고 늘어져 사색하는 시간을 만들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알람을 맞췄다. 나처럼 자주 잊어버리는 사람이라면 알람을 맞추는 편이 확실히 편하다.


 이미 7월이기 때문에 빨리 만들어야 하는 부담감과 불렛저널의 호기심, '잘될까?' 하는 의구심이 복합적으로 섞여 머릿속이 복잡하지만 부디 이 방법이 통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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