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두의 고통은 지나간다.
나의 험난한 모유수유의 여정을 저번 글에 담아내고 나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일주일간 분유와 혼합수유를 하고 나서 아기의 몸무게 퍼센타일은 6에서 22로 올라갔다. 일주일 만에 이렇게 올라간 변화는 아기가 엄청 먹는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아기의 주치의는 몸무게가 어느 정도 올라왔으니 모유수유를 전적으로 해도 된다고 했다. 필요하면 분유를 먹여도 되니까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라고 했고 나는 모유수유를 메인으로 해보겠다고 했다.
그렇게 모유수유만 하게 되고 나서 생긴 문제는 그동안 유두만 아프던 증상에서 발전해 아이가 빨고 나서 5분 후부터 가슴 전체가 따갑고 아린 증상이 나타났다. 예를 들어 왼쪽 유두를 잘못 빨리면 왼쪽 가슴이 너무 아파서 움켜쥐어야 고통이 좀 덜한 상태였다. 가슴을 꽉 부여안고 잠을 청해야 했다. 고통은 1-2시간 정도 지속되었던 것 같다.
그러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하루 종일 2-3시간 텀으로 직수를 고수했는데, 수유 시간이 다가오면 너무나도 두려워서 유축을 하거나 분유를 준비했다. 그렇게 이른 아침 수유를 하고 고통을 견디고 있었는데 갑자기 다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왜 나 혼자 이 고통을 그저 견디고 있는 건지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완전 분유 수유로 마음을 정하기 전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모유수유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보자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홀린 듯이 내가 다니는 병원 사이트에 모유수유를 검색하고 정보를 찾아냈다. 마침 그날이 목요일이었는데 매주 목요일마다 모유수유하는 엄마들이 두 시간 정도 모여서 이야기도 나누고 모유수유 전문가인 간호사에게 도움도 받을 수 있단다. 그날 아침에 바로 전화를 걸어서 젖물리기가 안 돼서 너무 아픈데 도움이나 교정을 받을 수 있는지 물었다. 일대일 상담 예약도 가능하고 목요일마다 병원에서 무료로 진행하는 엄마들 그룹 모임에 오면 봐줄 수 있다고 했기에 마침 목요일이고 시간이 있어서 한번 들러보기로 했다.
모임에 가니 열명 가까이 되는 엄마들이 원을 그리며 세팅된 의자에 앉아 아기들을 젖먹이고 있었다. 한편에는 아기 체중계도 있어서 젖먹이기 전과 후의 아기 몸무게를 확인해 얼마나 먹었는지 확인이 가능했다. 나는 이 날 조금 늦게 도착해서 체중계를 쓸 시간이 없었다.
처음 모임에 참석한 엄마들도 있었고 매주 나오는 엄마들도 있었다. 어느 엄마가 모유수유가 언제쯤 편해졌냐고 다른 엄마들에게 물었더니 대부분 3-4주 때가 제일 힘들다고 했다. 유두가 아픈 것도 한 달이 지나면서 나아지고 아기의 빠는 힘도 세져서 할만하다는 것이었다. 속으로 나는 과연 내가 모유수유를 지속할 수 있을지도 확신이 안 들었기에 그저 발만 동동 구르며 얼른 젖물리기 교정을 언제 해주려나 눈치만 보았다. 모임이 끝나가고 모유수유 전문가는 젖을 물려보자고 제안했다. 그날 왜인지 아기가 잠에 빠져서 도저히 깨질 않기에 옷을 반쯤 벗기면서 30분간 나는 진땀을 흘리며 잠을 깨웠다. 우여곡절 끝에 아기를 깨우고 수유할 자세를 잡았다.
전문가는 내 가슴을 햄버거 쥐듯 살짝 잡더니 순식간에 아기 머리를 가슴에 처박았다. 너무나 당황스러운 빠른 속도로 아이 입에 젖을 콱 물리는데 어라? 아프지 않네?라는 게 처음 느낌이자 충격이었다. 그렇게 아이에게 양쪽 젖을 물리고 나서 집에 오는 차 안에서 나는 멍하니 생각했다. 가슴이 아프지 않은 것이다. 분명 아침까지만 해도 젖물리고 나면 가슴에 바늘 수십 개가 콕콕 찌르는 듯한 고통이 있었는데 수유 후 그 고통이 안 느껴지는 것이다. 내가 미숙해서 아팠구나… 생각이 들면서 연습이 답이구나 하고 결심했다.
집에 돌아와서 열심히 연습하고 젖을 물리면서도 완벽하게 깊은 젖물리기는 일단 포기하기로 했다. 어디서 본 글에 의하면 아기가 너무 어려서 처음부터 깊게 못 물 수 있다고 그러니 한 달은 넘어야 한다고 했다.
4주 차가 되면서 찌릿하던 젖꼭지도 굳은살이 생겼는지 덜 아프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기가 빨 때 전과는 달리 세게 유륜을 흡입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기도 내 가슴도 같이 적응해나가는 듯했다.
나는 젖 양이 턱없이 부족한 줄 알았다. 원래 젖이 잘 안 도는 사람이라고 믿었다.
생후 한 달 검진을 갔다. 주치의는 일주일 새에 아기 몸무게가 많이 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럴만한 이유가 그전까지 매번 직수 후 분유 120ml를 보충하던 걸 끊고 일주일 간 자주 직수만 했기 때문이다. 몸무게가 늘지 않는 게 모유가 부족해서 그랬구나 생각이 들어서 의사에게 분유를 먹이는 게 낫냐고 물어보니 몸무게가 더디 느는 양상이 꼭 젖양 부족 때문은 아닐 수 있다 했다. 유축하면 어느 정도 나오냐고 물어서 직수 후 바로 유축하면 30ml 정도 나온다고 했더니 그 정도면 젖이 잘 도는 거라고 했다. 내 머리로는 이해가 잘 안 돼서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으며 서있었더니 의사가 테스트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기저귀만 채운 상태로 아이 몸무게를 재고 바로 모유수유를 하라고 지시했다. 당시에 아기가 너무 배가 고파서 울기에 유축한 모유 30ml를 먹이고 난 상태에서 직수를 시작했다. 검진실 의자에 앉아서 한 시간 가까이 수유를 했다. 의사가 돌아와서 아기 몸무게를 기저귀만 채운 채로 다시 쟀는데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4 온스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4온스는 120ml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30ml 유축모유를 먹고 나서 120ml 조금 안되게 젖을 먹은 것이다. 추정하기로는 유축모유까지 합해서 120~130ml 정도 먹은 것 같다. 의사가 보더니 충분히 젖이 나오고 있다고 했고 모유수유만 해도 가능하다고 했다.
사실 그날 아침 검진 가는 차 안에서 남편에게 젖양이 너무 부족해서 어떡해야 할까 말하며 슬퍼했었다. 분유를 주면 120ml 양도 한 번에 먹는 생후 한 달 아기가 과연 내 젖으로 잘 클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고 말이다. 그런데 그날 내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는 모유 수유를 안 할 이유가 없어졌다.
그 후로 지금까지 (이 글을 적는 6주 차까지) 나는 아이를 두고 외출하는 경우를 빼고 대부분 모유수유를 했다. 기저귀도 푹 젖고, 젖을 먹고 난 후 아이가 잘 놀고 잘 잔다. 가끔 수유를 한지 얼마 안돼서 말랑해진 가슴인 상태인데 젖을 달라고 울 때는 양이 부족한가 걱정도 된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잘 먹고 잘 크고 있다.
수유 후 젖꼭지의 모양은 납작하고 옆에서 봤을 때 립스틱 모양이다. 다시 말해 아직까지도 깊은 젖물리기가 안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깊은 젖물리기가 가능할 거라고 희망을 가지고 오늘도 열심히 연습해 본다.
이 글을 읽는 엄마들에게 말하고 싶다.
직수는 엄마가 홀로 오롯이 견뎌야 하는 책임이자 특권이다. 그리고 아이 양육 중 극 초반에만 할 수 있는 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완모를 욕심내고 있다면 최소 한 달은 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그리고 받을 수 있는 모든 도움을 받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모유수유 전문가에게 코칭을 받던지 주변의 완모 경험이 있는 엄마들에게 조언을 받던지 말이다. 훨씬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피치 못할 이유들로 모유수유를 포기하는 엄마들에게도 이야기하고 싶다. 죄책감을 버리라고 말이다. 나도 첫아이를 키우며 모유수유를 성공하지 못해서 많이 괴로웠고 몇 년이 지나도 항상 기한 내에 제출하지 못한 숙제처럼 마음에 남아있다. 나는 새벽에 일어나 젖물리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포기했었다. 새벽에는 친정엄마나 남편이 분유를 타서 먹였기에 나는 그 순간에 쉴 수 있었고 컨디션이 훨씬 좋았다. 좋은 컨디션으로 아이를 돌본다면 엄마도 행복하고 아이도 행복할 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내 첫째 아이는 모유를 극도로 거부했고 심지어 분유도 많이 먹지 않는 입 짧은 아이였다. 분유를 먹인다고 살이 오르는 공식은 없었다.
나는 실험하듯이 둘째 아이에게 완모를 진행 중이다. 내 완모 의지가 언제 손바닥 뒤집듯 바뀔지는 모르지만 일단 하루하루를 잘 넘겨볼 것이다. 새벽 수유는 정말이지… 적응이 안 된다… 그래도 모유수유가 가능함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