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자씨 막걸리
지난 여수 여행의 마지막 일정이었던 전통주점 ‘해달별담’ 방문하기.
그 시작을 함께한 ‘오! 미자 씨’ 막걸리.
식전주로 입맛을 돋울 만한 술로 사장님이 추천해 주신 예쁜 선홍빛의 막걸리였다.
가라앉은 지게미를 흔들어 섞기 전에 먼저 맑은 윗부분을 예쁜 샴페인 잔에 따라 마셨다.
먼저 시큼털털한 오미자 특유의 향이 강하게 올라오고,
어딘가 내추럴 와인을 마셨을 때 느낄 수 있는, 잘 발효된 식초 같은 쿰쿰한 향이 난다.
내추럴 와인을 마시는 기분으로 홀짝이다가, 병을 위아래로 흔들어 마셔보니, 처음의 시큼한 향이, 부드러운 쌀의 향과 섞여 딱 맛있는 느낌.
오미자 특유의 맛이 꽤 강한 편이고 산미가 특징적인 막걸리였다. 그래서 약간의 숙성을 통해 탄산기가 더해지면 더 맛있지 않을까, 그런 대화를 했다.
어딘가 시큼털털한 맛의 발효주를 만나면 (막걸리든 와인이든) 일단 간단한 안주와의 마리아주를 추천하고 싶다. 내가 산미를 좋아하는 편이라 그 맛을 온전히 즐기고 싶어서 그런 걸지도.
기본 안주로 즐겼던 바삭한 말린 대추도 충분히 잘 어울렸고,
다음번에는 담백한 통밀 크래커(미주라 st)에 크림치즈 (페타 치즈..?) 스윽 발라서 같이 즐기고 싶다.
어느 양조장에서 만들었을까?
‘두술도가’ 분명 최근에 들어 본 이름인데..!
찾아보니 서울에서 먹어 보았던 ‘희양산 막걸리’를 만든 곳이었다. 당시 귀여운 보틀에 (무려!) 고양이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이거다! 하고 집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어쩐지 레이블이 힙하더라니.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두술도가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경상북도 문경에 위치, ‘김두수-이재희’ 부부가 만들어가는 양조장이라고 한다.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만나 결혼을 하신 두 분은, 한국으로 돌아와 문경에 정착하셨다고 한다.
복숭아 농사를 시작으로 이 희양산 부근의 마을 사람들과 공동체를 이루며 생활하시는데, 이 공동체의 쌀이 잘 팔리지 않아 술을 빚어 보기로 한 것이, 두술도가의 시작이라고 한다.
전통주 주조에 관한 책과 구글링, 그리고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지금 시중에 나온 막걸리를 완성하셨다고.
어딘가 평화로운 이야기에, 머릿속에는 귀여운 산마을이 그려졌다. 언젠가 이런 귀농생활을 해도 즐겁지 않을까..? (그렇지만 아직 산 벌레가 무서우므로.. 놉)
이 막걸리는 무엇보다 레이블이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대표님도 레이블에 신경을 많이 쓰고 계신다는 점도. 그림책 작가님과 다른 작가님들의 다양한 그림을 병 위에 선보여, 그 그림들이 술자리의 작은 이야깃거리가 되길 바라신다고. 예쁜 걸 좋아하고, 예쁜 것에 진심인 사람들이 좋은 나는, 괜히 혼자 더 반가웠다.
귀여운 일러스트의 소식지와 새로운 라벨의 고민이 담겨있는 이곳도 언젠가 방문해 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글을 쓰다 보니, 깔끔한 맛의 희양산 막걸리도 다시 한번 맛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