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리아 말바시아 앙세스트랄 오렌지
보통 휴무 전날 퇴근길에는 손에 뭐 하나씩 사들고 집에 돌아가지 않나?
편의점 맥주 4캔으로 충분한 날도 있지만, 이 날은 뭔가 새로운 와인을 도전해 보고 싶은 날이었다. 먼저 짭짤한 감자칩을 한 통 사들고, 직장 근처 와인샵으로 찾아갔다.
사장님의 추천으로 사 온 ‘루나리아 말바시아 앙세스트랄 오렌지’. 흔히 ‘공룡 펫낫’으로 불리며, 내추럴 와인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자주 소개되는 ‘내추럴 입문자용’ 와인이다.
잠시 이 복잡해 보이는 이름을 조각조각 나누어 설명해보자면,
루나리아(Lunaria)- 와이너리 이름
말바시아(Malvasia)-주로 지중해와 이탈리아, 마데이라 섬에서 재배되는 포도의 품종 레드(-nera)와 화이트(-bianca)가 있으며, 꽃과 핵과류, 말린 청포도 같은 아로마가 특징.
앙세스트랄(Ancestrale)- ‘조상의 방식’이라는 의미로, 1차 발효를 하기 전에 2차 발효를 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방식이 ‘펫낫’과도 이어지는데,
펫낫(Pet Nat)-프랑스어 ‘파티앙 나투렐 (Peillant Naturel)’의 줄임말로 , 번역하자면 Naturally Spakling, 즉 자연적으로 탄산이 생기도록 만든 것이다.
자연적으로 생기는 침전물들이 남아 잘 섞어서 잠시 두었다가 개봉해야 하는데, 코르크를 쥐고 있던 와이어를 풀자마자 펑 소리를 내며 천장으로 코르크가 터졌다.
윗집 분들께 죄송한 기분보다도 먼저 넘쳐흐르고 있는 와인이 걱정… 눈물을 머금고 한 잔 정도는 테이블에게 양보했다..
그렇게 당혹감을 주었던 나의 첫 내추럴 와인은 생각보다 쿰쿰하지 않았고 홀짝거리며 마시기 쉬운 맛이었다.
오렌지 향과 어딘가 청포도 같은 향, 그리고 보글보글 올라오는 탄산이 기분 좋은 느낌.
같이 사 왔던 경질의 양젖 치즈와 쿰쿰한 향이 어울리는 것 같기도, 탄산 감이 감자칩과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했다. 퇴근 후 맥주 마시는 기분으로 먹기에는 나쁘지 않은 안주였지만, 저녁식사에 즐긴다면 굴튀김에 화이트 와인 비네거를 살짝 뿌려 곁들이면 정말 맛있을 것 같다.
홀짝거리며 한 병을 비우고 나니 바닥이 울렁였던 기억이 난다. (다음 날 쉬는 직장인은 그대로 기분 좋게 숙면ㅎㅎ)
이 와인 덕에 요새도 이런저런 내추럴 와인을 찾아 먹어보고 있는데, 컨벤셔널 와인과 다르게 소규모의 와이너리에서, 젊은 와인 메이커 분들이 만들고 계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레이블도 그만큼 힙하고 요즘 감성이라고.)
이탈리아의 Abruzzo지역의 orsogna시에 위치한 이 와이너리도, 1964년에 설립된 소규모의 와이너리라고.
친환경 인증을 받은 포도밭에서 바이오 다이내믹한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같은 포도밭에서 와인을 제조하고 있는, 오르소냐 지역의 다른 브랜드들도 한 번 접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