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혀니 Jun 26. 2022

우리 사과로 만든 애플 브랜디

추사 40

40% / 200ml , 500ml


이 날도 분명 처음부터 술을 먹으려던 건 아니었다.

그저 저녁 늦게까지 술 공부를 하다 보니 오크 향이 나는 위스키나 브랜디를 먹고 싶었을 뿐…

시간이 이미 밤 12시를 넘겼고, 혼자 위스키 바를 갈 정도는 아니라서 자연스레(?) 단골 전통주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쿵쾅거리며 걸어가다가 문득 생각난 게 추사 40.

금가루가 들어간 ‘예산 추사 와인’으로 알려진 양조장에서 만드는 애플 브랜디다.

아무래도 이걸 마시라는 신의 계시인가 보다 싶었다.

 투명한 증류주들을 마시다가 오랜만에 진한 호박색이 도는 증류주가 반가웠다. 보틀도 어딘가 통통하니 귀엽고, 윗 마개가 코르크인 것도 마음에 들었다.

스트레이트로 첫 잔을 마시기 위해 따라놓고 향을 맡아보았다.

은은한 바닐라 향이 제일 먼저 부드럽게 올라오고, 사과의 향긋한 단내도 이어서 올라온다. 마지막에 살짝 계피 정도의 스파이스도 느껴지는데, 카라멜리제 한 사과의 향 같았다. (나눈야 파티쉐ㅎ)


향만큼이나 부드럽고 은은한 맛으로, 향과 거의 같은 맛들이 올라오고, 끝으로 바닐라와 토피 같은 부드러운 맛이 맴돈다. 생각보다 오크는 진하게 느낄 수 없었지만,

먹는 내내 이게 전통주라고? 그저 잘 만든 양주 같은데?

이런 생각들이 들어서 추사 40을 만드신 ‘예산 추사 와인’ 와이너리에 대해서도 알아보기로 했다.


먼저 ‘추사 예산 와인’의 와인과 브랜디는 40년 간 예산의 ‘은성농원’에서 사과를 재배해 오신 서정학 대표님과 캐나다에서 양조를 배운 사위 정제민 부사장님의 콜라보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마치 유럽의 와이너리들처럼 사과농원 안에 와이너리가 있고, 숙소나 와이너리 투어를 할 수 있는 공간들도 있다고 하니까 그 디테일에 더욱 기대가 되는 와이너리.

그러니까 추사 40은 직접 재배한 사과를 증류하여 브랜디로 완성해 내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은 프랑스의 칼바도스(사과 브랜디)와 동일하며, 가당을 하지 않고 사과를 발효, 상압 다단식 동 증류기로 증류 후, 오크통에 장기 숙성을 시켜 오크향과 사과의 은은한 풍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2010년부터 7년 간의 연구 끝에 출시한 제품이라고 하는데,

내가 느끼기에도 애정과 정성을 쏟은 태가 나는, 그런 기분 좋은 맛이었다.


40도라는 도수가 무색하게 부드럽고 은은해서, 증류주가 처음이라고 하더라도 한 번쯤 권해보고 싶은 술.

사과의 은은한 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맛이 강하지 않은 담백한 안주류와 마리아쥬를 추천하며, 파티쉐인 나로서는 맛있는 사과 디저트와 마리아쥬 했을 때 가장 행복하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추사 40 자체에서도 맛있게 카라멜리제한 사과의 향, 은은한 시나몬을 느낄 수 있는 만큼,

그 재료를 사용해 만든 사과파이와 함께 먹으면 좋을 갓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사과 튀김도 잘 어울릴 것 같다. (다덜 아시려나..? 울엄마가 집에서 만들어주는 건데..말 그대로 사과 슬라이스 해서 튀긴 거. 별 거 없는데 종종 생각나는 그런 맛)

조만간 마리아쥬해서 다시 먹어봐야지 :)

+디저트 사진은 예전 일본에 있을 때 만들었던 월넛 애플파이와 로즈 애플파이

작가의 이전글 주정강화 와인, 아직도 안 먹어 봤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