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디저트의 페어링이 즐거워서 .
나는 파티쉐다.
어릴 때부터 부엌에서 온갖 난리를 피우며 반죽을 하고, 고기 굽는 그릴에 쿠키를 구워 냈다.
누구보다 먹는 것에 진심이었던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믿고 맡기는’ 먹잘알이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 맛있는 디저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알아야 한다고 판단. 요리학원으로 달려가 (수능 공부 대신)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평생 내가 먹어 온 것들이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조금 오버해서) 새로 태어난 기분이었다.
이때만큼 짜릿한 것이 없었던 것 같다. 갈비는 그저 짠 음식이라고 생각했는데 설탕이 이렇게 들어가는 거라니. 쿠키는 박력분으로 만드는 거구나. (그동안 집에서 만든 쿠키가 돌덩이가 되어 나온 건 중력분을 써서 그렇구나)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지식들이 그때에는 하나하나 신기했고, 또 좋아하는 것들을 공부하는 만큼 새로운 지식들을 흡수하는 속도도 빨랐던 것 같다.
(일러스트와 함께하는 수혀니 소개)
그렇게 나는 제과제빵학과를 가서 빵과 과자를 질릴 만큼 만들고 먹었고.
감사하게도 나는 ‘빵집’과 ‘카페’에 국한되지 않은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다.
(요리 동아리에서 요리를 배우는 기회, 다른 조리 학과들과의 콜라보 프로젝트들, 졸업 후 호텔 인턴쉽의 기회 )
그래서였을까? 대학 때 내가 가장 열정을 가졌던 것은 ‘플레이트 디저트’였다.
다이닝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가? 보통 다이닝 코스의 마지막 즈음, 접시 위에 올라와 있는 날렵하고 매끄러운 윤기를 자랑하는 끄넬 아이스크림이라던가. (때로는 트러블 조각이 크림 위에 올라가 있는 것들을 볼 수 있다!) 이런 것들이 당시의 나를 설레게 했다. 가장 좋았던 건, 디저트 구성 요소 하나하나를 접시 위에 풀어내어, 가장 최적의 온도와 식감, 그리고 먹는 이가 취향을 스스로 조절하며 먹을 수 있는 것.
요새 서울은 플레이팅 디저트를 전문으로 하는 가게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추세인데,
그중에서도 위스키, 혹은 와인, 그리고 전통주까지! 다양한 술을 마리아주하여 권하는 디저트바들도 곳곳이 생겨나고 있다. (만세!)
(디저트에 누구보다 진심인 만 19세 이상의 성인이라면, 그리고 어딜 가나 비슷하게 느껴지는 디저트 카페가 조금씩 물리고 있는 당신이라면) 무조건 경험하길.
디저트의 지나칠 수 있는 달콤함을 쌉싸름한 알코올이 보완해주고, 자칫 느끼할 수 있는 크림을 특유의 향과 맛으로 보다 산뜻하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카페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은은한 알딸딸함까지.
디저트와 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즐거움을 느껴보았으면 좋겠다.
그도 그럴 것이, 달콤한 것과 알코올만큼 인간을 즐겁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내가 경험했던 술과 음식들의 기록, 그리고 나아가 그것을 만든 이들의 이야기와 함께,
나를 포함한 모두가 보다 풍성한 즐거움을 느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