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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년여자 Sep 27. 2016

걷다가 걷다가 걷다가

보스턴 프리덤 트레일과 크루즈

보스턴의 프리덤 트레일은 미국 역사의 시발점인 보스턴에 깔린 역사적 장소들을 걸어서 돌아볼 수 있게 만든 프로그램이다. 빨간 벽돌 두 개로 만든 선을 쭉 따라 걸으면 되는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코먼에서 출발해서 벙커힐 모뉴먼트에서 끝냈다. 가는 길에 내내 미국 독립에 대한 작당모의를 했던 비슷비슷한 교회가 많이 나온다. 중간에 가장 흥미로운 곳은 퀸시 마켓. 길거리 공연도 하고 먹거리 시장도 있고 해서 재미가 있다. 이 얘기인즉슨.... 미국 사람이 아닌 외국인들에게 프리덤 트레일은 매력 없다는 거임;; (미안함...) 이 날 햇빛은 정말 짱짱했고, 친구가 미국으로 떠날 때 준 우산을 양산으로 아주 제대로 활용했다.

점심으로 먹은 클램차우더는 오히려 샌 프란시스코보다 나았던 것 같은데, 오븐에 조개살하고 뭐 넣어서 구운 저 음식은 진짜 실패했다. 맛없음... 쟤 얼굴 봐놨다가 시키지 마세요.


보스턴은 던킨 도너츠의 고향이며 폴 리비어(이 사람 이름은 보스턴에 와서 돌아다니다 보면 그냥 외울 수밖에 없는 운명임)의 고향이다. 하도 여기저기에 그 사람의 이름과 동상과 관련된 유적이 있어서 워싱턴 따위는 여기서 쩌리구나... 생각하게 된다. 관련된 글 링크를 여기 두 개 남기니 읽어보시길. http://isaiah3023.tistory.com/23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270617 어쨌든 보스턴에서는 몇 발자국 떼면 던킨 가게를 보고 또 몇 발자국 떼면 폴 리비어 이름을 보게 될지니.


이 날 들어갔던 옛날 교회들은 거의 입장료가 없는 대신 도네이션을 받았다. 하지만 도네이션 사인을 보면 외국인 문맹이 되어버림... 음... 미국에 와서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외화 많이 쓰고 있으니 봐주세요, 이런 느낌ㅋㅋ 어쨌든 교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pew라는 건데,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family pew. 나는 처음 본 단어였다. 교회가 추우니까 좌석을 돈 주고 사서 그 자리에는 가족들이 항상 앉았다고 한다. 개도 데리고 올 수 있었고, 개인 난로 같은 것도 가지고 왔다고. 교회 개추웠던 모양이다. 지금은 교회에서 신도들에게 다시 사들여서 개방하고 있다. 당연히 '지정석'이기 때문에 유명한 사람이 앉았던 자리에는 '여기 누구네 가족이 앉아서 예배 봤음'이라고 붙여놨다.


나는 마지막 벙커힐 모뉴먼트(워싱턴 모뉴먼트의 미니 버전처럼 생김)에는 들어가지도 않았다. 지쳐서... 더위에 다들 늘어진 채로 항구에 와서 크루즈 타임을 기다렸다. 온라인으로 할인 좀 받아보려고 열심히 노력했으나 실패하고, 항구에서 그대로 샀다. 미리 알았더라면 수륙양용차를 이용한 덕투어도 할 걸 그랬나 생각해봤으나 덕투어... 많이 비쌉니다. ㅎㅎ


우리가 선택한 크루즈는 선셋 크루즈라서 그야말로 선셋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날씨가 많이 더워서 기다릴 때에는 많이들 다운됐는데, 일찍 줄을 서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나니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크루즈 가이드가 미국에 와서 본 남자 중 젤 잘생겼던 것이다.

최고였다. 선글라스를 껴도 이쁘고 벗어도 이쁘고... 너무 이쁘니까 얘가 하는 얘기 하나하나 되게 잘 들리고 다 웃겼다. 눈이 빠져라 쳐다보느라 크루즈 시간이 금방 갔다. 보스턴 항구에 얽힌 여러 가지 일화는... 시간이 지나서 다 잊어버렸지만...;;; 아, 물이 겁나 더러웠었다고 한다. 흠. 공항 근처까지 배가 가니까 머리 바로 위로 항공기가 쉭쉭 지나갔다. 승객들은 보스턴항의 유서 깊은 풍경보다 비행기에 열광하였다.

석양이 질 때 해군기지에서 대포 소리가 났다. 석양이 질 때까지(선셋 크루즈니까!) 빈둥거리던 배가 다시 떠나왔던 항구로 돌아왔다. 미남 가이드가 작별인사를 하면서 팁 장려를 하는데, 가난한 나는 팁을 못 주니 살짜쿵 촬영이나 하고... 사람 보는 눈은 다 같은지 할머니 아주머니들 다 난리났다. 내리면서 가이드랑 사진 찍는 줄이 생겼다. 남편이 팁으로 20불을 주는 할머니도 목격했다고. 잘나고 봐야 한다고... (맞아요) 크루즈 도중에 티 안 내려고 진짜 노력했는데 남편은 나의 유달리 강한 집중력을 알아채고 말았다고 한다.


이 미남 가이드만 기억에 생생하고 저녁으로 뭐 먹었는지도 정녕 모르겠다.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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