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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량진법잘알 Jul 24. 2022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제1화 늦은 후기

SPOILER ALERT


꼭 보고 싶었는데 요새 일이 너무 많아서 어제 저녁 늦게서야 봤습니다. 재밌게 봤고 몇 가지 감상입니다.



1. 검사가 피고인을 봐주려 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파트너 변호사는 검사가 살인미수로 기소하였음에도 피고인이 불구속 상태에 있다는 이유로 검사가 봐주려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검사도 불구속으로써 선처해주었다는 점을 언급합니다. 그런데 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피고인에게는 살인의 고의로 보기는 어려울 법한 정황들이 여럿 보입니다. 정말 피고인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면 오히려 행위 직후 피해자를 방치하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도 이 사건에서는 상해의 고의만이 인정되었습니다. 검사가 정말 봐주려 했다면, 수사단계에서 더욱 상세히 신문하여 살인의 고의가 아닌 상해의 고의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확하게 했을 것 같습니다.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공판기일에서 변호인이 그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 증거능력이 없는데, 검사가 피고인신문 시 그 내용을 인용하는 것으로 보아 변호인이 증거능력을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피고인이 검찰 단계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명확하게 진술하였기에 변호인이 그 증거능력을 다투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검사가 수사단계에서부터 가장 중한 죄의 고의인 살인의 고의로 보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 형사소송법
제312조(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조서 등) ① - ② (생  략)
③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
④ - ⑥ (생  략)



2. 민법상 상속결격을 떠올린 부분은 참신하였고, 그 점을 고려한 변론은 변호인으로서 바람직한 행동이라 생각합니다.


최초 죄명인 살인미수가 인정되는 경우 상속결격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단번에 알아챈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깊은 고민이 없었다면 형사사건에서 쉽게 놓칠 수 있었던 쟁점인 것 같습니다. 다만, 상담 과정에서 의뢰인이 상속과 같은 민사적인 영향에 관하여 문의했다면 그 때는 일반적인 변호사라도 어느 정도 고려할 수 있었을 쟁점이라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사건에서는 양형 위주로 변론하되 동시에 증여 등을 통해 적절하게 사전에 대비하는 방안을 찾았을 것 같은데, 이 사건에서는 여러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살인의 고의를 탈락시키는 것에 집중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전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민법
제1004조(상속인의 결격사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한 자는 상속인이 되지 못한다.
  1.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한 자
  2.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과 그 배우자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자
  3. - 5. (생  략)


한편, 의뢰인이 특별히 요구하지 않는 한, 형사 변호인이 그런 부수적인 사항까지 적극적으로 신경쓰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일률적으로 어느 견해가 항상 옳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변호사도 조세 분쟁에 관한 전문가이긴 하지만 구체적인 계산까지 직접 수행하는 경우는 흔치 않기에 구체적인 금액이 문제될 수 있다면 다른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장하는 것이 실무인 것 같습니다. 다만, 이 사건의 상속과 관련된 부분은, 변호인이 어느 정도 사정을 인지하였다면 충분히 고려할만한 사항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법관도 사람인이상, 이러한 딱한 사건에서 상속결격에 관한 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면, 가능한 합리적인 방안을 함께 모색하려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구속 피고인을 변호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집행유예가 예상되었는데, 공무원 임용 결격사유를 고려할 때 집행유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까지)을 고려하여, 다소 이상적이지만 선고유예를 목표로 하였습니다. 피고인의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빼곡히 필기된 수험서를 포함하여 피고인이 살아온 모범적인 인생을 드러낼 여러 양형자료를 수집하여 제출한 후 형의 선고를 유예하여 줄 것을 간하게 구했습니다. 선고유예는 변호인의 노력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님에도, 다행히 법원에서 사정을 참작하여 주셔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3. 변호인이 직접 증거를 수집하는 것은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가능한 일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의뢰인이 증거를 수집하곤 합니다. 그렇지만 '절대' 변호인이 직접 증거를 수집하지 않는다고 확언하기는 어렵습니다. 큰 사건에 필수적인 증거라면 변호인이 직접 수집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변호인이 직접 만들어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큰 사건도 아니고 필수적인 증거도 아니라 하더라도, 의뢰인이 제대로 수집하기 어려운 증거라거나,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사건을 망쳐버릴 것이 염려되거나, 변호인이 더욱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면, 예외적으로 직접 수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시간이 많이 남아서 였는지, 애매한 경우에는 직접 수집하는 것을 선호하곤 했었습니다. 의뢰인에게 아무리 구체적으로 지침을 주더라도 원하는 수준으로 깔끔하게 가져오는 경우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4. 우영우 변호사가 진술조서 검토는 다소 소홀히 했던 것 같습니다.


우병우 변호사의 기억력과 분석력이 업계 최강으로 설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사건이 진행된 후에야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피해자에 대한 진술조서의 내용을 떠올리고 인과관계에 대한 의심을 제기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수사 단계에서 작성된 조서는 다른 어떤 서류보다도 꼼꼼하게 읽어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사건 발생 전부터 피해자가 머리가 깨질 것마냥 아파 소파에 누워있었다고 진술한 부분을 확인했다면 애초부터 인과관계를 탈락시킬 여지가 없는지 집중적으로 확인했을 것 같습니다. 특히나 가격한 부위에 어떠한 상처도 없었던 경우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다른 부분은 다 제쳐놓고라도 사건 초기부터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했을 것입니다. 일반적인 변호사라면, 의사와 면담을 진행하기 전부터 해당 진단명에 대해 다루고 있는 교과서나 논문들을 살펴보고, 오진의 가능성은 없는지 확인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랬다면 극적 재미는 떨어졌겠지만요.



5. 우영우 변호사가 살인죄에서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살인미수죄가 아닌 상해죄 의율을 주장한 부분은 법리적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고의범의 경우 인과관계가 부정되면 미수가 성립합니다. 즉, 살인의 고의가 있는 것을 전제로, 행위와 결과 간에 인과관계가 없다면, 발생한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아 살인죄가 성립하지 않을 뿐 살인미수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피해자가 사망한 후의 장면에서 담당 의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마친 뒤, 우영우 변호사가 재판장에게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니 살인죄가 아닌 상해로 의율하여야 함을 주장하는 것은 다소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이 장면의 또 다른 문제로는, 행위와 살인의 결과 간에 인과관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상해의 결과 간에도 인과관계가 없다는 의미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인과관계가 탈락하였기에 상해조차 성립할 여지가 없습니다. 만약 살인이나 살인미수 대신 상해가 성립하게 하려 한다면, 어떻게든 살인의 고의가 탈락된다는 점을 보여주어야만 합니다. 그렇지만 그런 시나리오라면 극적인 긴장감은 그다지 높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후 재판장이 검사에게 공소장 변경 여부에 관하여 석명을 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에 대한 검사의 의견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게 연출하고 있습니다. 이 때 검사는, 우영우 변호사의 희망과 달리, 인과관계가 부정되었다면 상해죄가 아닌 살인미수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진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후의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는 여러 증거관계에 따라 살인의 고의가 부정되었고 상해와의 인과관는 인정되어 상해죄가 성립된 것으로 보입니다.


■ 형법
제17조(인과관계) 어떤 행위라도 죄의 요소되는 위험발생에 연결되지 아니한 때에는 그 결과로 인하여 벌하지 아니한다.
■ 형사소송법
제279조(재판장의 소송지휘권) 공판기일의 소송지휘는 재판장이 한다.

제298조(공소장의 변경) ①검사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공소장에 기재한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의 추가, 철회 또는 변경을 할 수 있다. 이 경우에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허가하여야 한다.
②법원은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의 추가 또는 변경을 요구하여야 한다.
③법원은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의 추가, 철회 또는 변경이 있을 때에는 그 사유를 신속히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고지하여야 한다.
④법원은 전3항의 규정에 의한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의 추가, 철회 또는 변경이 피고인의 불이익을 증가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직권 또는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청구에 의하여 피고인으로 하여금 필요한 방어의 준비를 하게 하기 위하여 결정으로 필요한 기간 공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

■ 형사소송규칙
제141조(석명권등) ①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명료하게 하기 위하여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사실상과 법률상의 사항에 관하여 석명을 구하거나 입증을 촉구할 수 있다.
② 합의부원은 재판장에게 고하고 제1항의 조치를 할 수 있다.
③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재판장에 대하여 제1항의 석명을 위한 발문을 요구할 수 있다.




6. 형사법정에서의 변호인의 좌석 명패는 '변호인석'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형사법정에서의 변호인의 좌석 명패에 '변호인석'이 아닌 '변호사석'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것은 의도한 것이라기보다는 사소한 실수로 보입니다(형사소송법 제275조, 법정 좌석에 관한 규칙 제2조). 증언대는 피고인석 및 변호인석 사이에 두어야 하는데 드라마에서는 법관을 향한 방향에서 볼 때 법대 우측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카메라 각을 잡기 위한 극적 허용으로 보입니다.


■ 형사소송법
제275조(공판정의 심리) ①공판기일에는 공판정에서 심리한다.
②공판정은 판사와 검사, 법원사무관등이 출석하여 개정한다.
③검사의 좌석과 피고인 및 변호인의 좌석은 대등하며, 법대의 좌우측에 마주 보고 위치하고, 증인의 좌석은 법대의 정면에 위치한다. 다만, 피고인신문을 하는 때에는 피고인은 증인석에 좌석한다.

■ 법정 좌석에 관한 규칙
제2조(좌석의 위치등) ①법관의 좌석은 법정 단상 정면으로 하고 법원사무관등의 좌석은 법대 아래 중앙으로 한다.
②민사공판(행정, 가사, 특허공판등 포함)시의 좌석의 위치등은 다음과 같다.
  1. 원고(소송대리인 포함)와 피고(소송대리인 포함)의 좌석은 법관을 향하여 원고는 좌측, 피고는 우측에 배치한다.
  2. 증언대는 법대와 원고석 및 피고석 사이에 두되, 법대 중앙의 재판장석을 향하게 한다.
③ 형사공판정에서의 검사와 변호인의 좌석은 법관을 향하여 검사는 좌측, 변호인은 우측에 배치한다.
④법원청사 사정상 필요한 경우에는, 검사석을 원고석으로 변호인석을 피고석으로 하여 형사법정을 민사공판시에 사용할 수 있다.
⑤증언대는 검사석과 피고인석 및 변호인석과 피고인석 사이에 각 두되 법대중앙의 재판장석을 향하게 한다. 단, 제2항 단서의 경우에는 법관을 향하여 원고석의 좌측앞 및 피고석의 우측앞에 두고 법대중앙의 재판장석을 향하게 한다.



7. '기소명'이 아닌 '죄명'이 올바른 용어로 보입니다.


검사가 무죄 다툼에 대하여 불만을 표시하며 '기소명'도 제대로 못 붙인 검사 취급 받을 수 없다고 발언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기소명'이 아니라 '죄명'이 올바른 용어로 보입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수사검사와 공판검사의 역할이 나뉘어 있고 수사검사가 기소를 하기 때문에, 공판검사가 '기소명도 제대로 못 붙인 검사' 취급을 받을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8. 증인신문은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허용 가능한 수준으로 보입니다.


증인신문은 변호인석이나 검사석에서 서서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국민참여재판이니 보다 자유롭게 진행하는 것도 가능할 법도 하다 생각합니다. 다만, 미리 재판장의 허가를 얻어야 안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주신문에서 이루어지는 유도신문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는데,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재판에서는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법적으로는 당연히 가능한 부분이고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 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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