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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량진법잘알 Jun 14. 2022

계약서 작성을 위해 어느 정도 자료를 수집하여야 할까?

가능한 많은 자료를 수집하여야 한다.

의뢰받은 계약서 작성을 위해 어느 정도 자료를 수집하여야 할까?


의뢰받아 작성하는 계약서는 기본적으로 당사자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만을 기초로 작성하게 된다.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어느 정도로 추가적인 자료를 요구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하여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는데, 의외로 논쟁적인 주제이기도 하다.


이 주제와 관련하여 생각해 볼 만한 의견이 있다. 계약서 작성자는 적극적인 자료요구를 자제하여야 하고 가급적 제공받은 자료의 범위 내에서만 검토를 진행하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일반인에게는 다소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놀랍게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 의견이기도 하다. 자료의 제공 여부에 대하여는 의뢰인이 직접 의사결정할 사안이며, 의도한 것이든 해태한 것이든 모든 것은 의뢰인의 권한과 책임이라는 취지다.


위 의견은 민사소송에서의 변론주의 원칙을 유추한 것으로 보인다. 변론주의란, 소송자료(사실과 증거)의 수집·제출 책임을 법원이 아닌 당사자에게 부여하고, 법원은 당사자가 수집하여 변론에서 제출한 소송자료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러나 전문적인 법조인이 각 당사자를 대리하는 민사소송과 다르게, 법지식이 부족하여 계약서 작성을 의뢰할 수밖에 없는 의뢰인이 계약서 작성을 위해 필요한 자료의 범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결국 계약서의 완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위 의견은 몇몇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계약서 작성자의 입장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유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계약서 작성자가 상당한 수준의 정보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명분으로 의뢰인이 부당하게 넓은 범위의 책임을 전가하려 하는 적대적인 환경이 있을 수도 있고, 의뢰인이 원하는 범위 내에서의 결론을 도출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자료를 누락하고 제한된 범위의 자료만을 제공하려 하는 착취적인 환경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불가피하게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지침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예외적인 환경에서는 좋은 계약서를 작성하기 어렵고 좋은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을 최우선적인 목표로 삼기도 어려울 것이기에, 좋은 계약서를 작성하기 위하여 전제하는 일반적인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






좋은 계약서를 작성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가능한 많은 자료를 요구하여야 한다. 그리고 의뢰인과 비슷한 수준의 이해에 도달할 수 있도록 계약관계의 전반에 익숙하게 되어야 한다. 원자료가 존재한다면 의뢰인이 이해하여 표현한 것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원자료를 직접 확인하여야 한다. 소화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자료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일단은 많이 받아두는 것이 좋다. 불가피하게 모든 내용을 하나하나 확인하지 못하더라도, 제공받은 자료의 대략적인 범위를 확인함으로써 의뢰인이 인지하고 있는 사실관계의 한계를 개략적으로라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도움이 될 것이다.


아무리 많은 자료를 요구하더라도 의뢰인으로부터 받은 자료가 계약서 작성에 충분한 경우는 흔치 않다. 이 경우에는 직접 공개된 자료를 조사하는 것이 좋다. 인터넷을 통해 상관행을 조사할 수도 있고, 논문을 통해 유사한 계약의 표현방법을 확인할 수도 있다. 당사자보다 더 넓고 깊은 지식을 갖고 있다면, 당사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내용은 당사자가 언어로 표현하였던 것과 전혀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될 수도 있다.






한편, 의뢰인으로부터 확보한 자료가 애초부터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 이는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법과 관련성이 적은 분야의 내용이라 하더라도 작성자의 상식에 비추어 볼 때 의심 가는 부분이 있다면 반드시 재확인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오듯이(garbage in, garbage out), 잘못된 자료를 제공받으면 잘못된 계약서를 작성하게 된다. 잘못된 기초사실을 인지하였음에도 의뢰인이 제공한 자료에 근거하여 작성하였다는 면책문구 뒤로 숨는 것은 불성실한 행동일 뿐만 아니라 전문가의 직업윤리에 비추어 보더라도 바람직하지 않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삼각형의 넓이를 구하는 의뢰를 받았다고 하자. 이 삼각형의 넓이는 30이 아니다.




Source: 중학 수학만 잘했어도! 물거품이 된 마이크로소프트 입사 : 동아사이언스 (dongascience.com)



왜냐하면 위 삼각형은 주어진 전제조건이 잘못되어 존재할 수 없는 삼각형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열심히 답을 내려 노력하더라도, 잘못된 자료에 기초한 작업은 결국 무의미한 작업이 되고 만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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