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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 Jul 24. 2024

결혼 후 아이를 낳는 건 필수

인가에 대해서

'결혼을 했다.'라는 답변을 하게 되면 꼭 뒤이어 따라오는 질문이 있다.


'그래서 애는 언제 가질 거야?'


글쎄, 지금은 아니고. 

물론, 낳지 않을 건 아니고.

하나는 좀 적은 거 같고 그래도 둘 이상은 낳아야 하지 않을까.

노산 .. 걱정은 되는데 아직은 생각 없어.

키우는 게 걱정도 되고 ...


다양한 대화가 이어지는 편이지만 사실 아무 생각 없다. 그냥 단순하게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누군가 올리는 귀엽고 깜찍한 아이와의 일상을 좀 더 자주 보게 되었다고 해야 하나.


주변에 먼저 결혼하고 이미 육아를 시작한 언니들이 생겼다. 육아를 일찍이 시작해 벌써 애가 둘인 친구도 있다. 일과 본인 밖에 모르던, 남편과 시댁에 대한 푸념만 늘어놓던 그 사람들은 이제 매일 같이 아이와 보내는 일상 사진과 동영상을 올린다. 사회적인 이슈, 부동산 정책에 대해 정보를 교환하던 대화는 이제 시터 이모님 스케줄, 육아용품 중고 판매글에 대한 이야기가 주요 이슈가 되었다.


이들 중에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사람도 있었고 임신 중에 아이를 원망하며 심한 말도 했던 사람도 있다. 출산 이후 말도 안 통하는 신생아를 두고 죽고 싶다며 엉엉 운 사람도 있다.


사실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이들이 아닌 줄곧 아이를 원해왔지만 원인 불명으로 아이를 갖지 못해 걱정이 많은 사람도 있다. 나와 동갑임에도 이미 난소의 기능이 떨어져 불임 판정을 받아 시험관을 추천받은 사람도 있다. 임신을 했지만 여러 번 유산을 한 사람도 있다.


아이를 갖지 못하는 상황도 아이를 갖게 되어 키워가는 과정도 뭐 하나 쉬워 보이는 게 없는데 나는 무엇하나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애초에 내가 그럴 자격이 될까. 해낼 능력은 있을까 싶다.


결혼 전 아이를 좋아하지 않아 단순히 아이를 원하기보다는 가족의 완전한 구성을 위해 아이가 필요하다고 했던 남편은, 이제 아이를 원한다고 한다.


나는 원했던 걸까?


단순히 아이가 귀엽고 예뻐서 아이를 갖고 싶어 했던 결혼 전과 다르게, 오히려 내가 아이를 원하기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이 걱정도 그들처럼 아이를 낳게 되면, 아이만 바라보며 눈 씻듯 사라질까 싶은 생각도 해본다. 


오늘도 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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