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힘
기록은 내 삶을 엮는 또 다른 페이지를 만든다.
다양한 기록들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 혼자 하는 기록은 나 자신을 위한 기록이다.
그 기록을 오픈함으로 다른 이들에게 정보를 주거나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그것은 부차적인 문제이고 핵심은 오픈하든 하지 않든 기록하는 순간순간이 모두 나를 위한 것이 된다.
다양한 기록들, 일기, 서평, 내가 쓰는 제품 리뷰, 여행일지, 공부노트, 대화기록, 일상기록, 육아일기, 등등등
이 모든 기록들은 내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각각 썼음에도 결국엔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다.
작은 기록 하나조차도 그것은 나를 말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엔 지나치기 쉽다. 그런데 시간이 쌓이면서 기록들도 쌓이고 나는 내가 알지 못하던 나를 발견한다.
기록에 힘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냥 기록하는 게 좋아서, 뭐라도 남겨두는 걸 좋아해서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어떤 이는 자신의 기록으로 작가가 되고, 어떤 이는 자신의 오랜 습관인 기록으로 브랜딩을 한다.
나도 다 아는 기록법인데 뛰어들지 못한 것이 죄일 뿐 ㅎㅎ
내가 생각하는 기록의 힘은 그 무엇보다 기억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기억. 나이가 들수록 점점 희미해져 가는 기억들은 기록을 통해 붙잡을 수 있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육아일기를 썼었고, 그 당시 육아일기 쓴 것을 책으로 내주는 이벤트가 있었다. 남기고 싶었으니까 책으로 남겼는데, 나만 보는 책이라 할지라도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이제 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지만 우린 아직도 가끔 그 육아일기를 함께 보곤 한다.
이것이 기록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 같은 경우는 '기록해야지'하고 작정을 하거나, 좋은 습관이니 만들어봐야지 하고 다짐하거나 그런 적이 없다. 그냥 어릴 때부터 일기 쓰던 습관으로 다이어리를 썼고, 20대엔 다이어리 예쁘게 꾸미고 싶어 더 열심히 썼을 뿐인데 그 습관이 30년이 넘고 보니 이젠 기록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만 같다.
더 나아가 기록에 대해 전문성을 가진 교수님들을 통해 조금 더 확실하고 잘하는 기록법에 대해 배우고 나니, 이제 기록은 나에게 기억에 그치지 않고 무기가 되어준다는 것을 느낀다.
이것이 기록의 두 번째 힘이다. 기록은 나에게 아주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
기록은 하는 것으로 끝나면 안 된다. 자꾸 들춰봐야 하는 것이 기록하는 목적의 핵심이다.
나는 자주 지난 기록들을 들춰본다. 기억과 추억에 대한 힘을 충전하고 싶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것은 모든 기록이 연결되고 있다는 것인데, 예전에 쓴 필사노트를 보다가 다시 봐도 좋은 문장을 발견했을 때,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문장일 때 얼마나 신기한지 모른다.
전혀 다른 책에서 같은 질문을 떠올렸던 과거의 독서 기록이 지금 나의 콘텐츠가 되기도 하고, 글을 쓰는 데 주제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기록은 연결을 만든다.
단절된 책들이 아니라 한 사람의 흐름으로 책들이 이어지는 순간 그게 진짜 '기억에 남는 독서'다.
나는 책을 잘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을 연결해서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건 지식뿐만 아니라 자기만의 시선과 사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유가 바로 '기록'에서 나온다.
책에서 받은 감정, 떠오른 질문, 그리고 그 질문이 다른 책을 향해가는 것. 이 모든 것이 '독서노트'라는 장치 안에서 연결된다.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지고 말 생각들, 그 생각들을 붙잡아 기록으로 남겨두면 이어질 가능성들.
그래서 나는 권한다. 독서노트를 쓸 때 기록을 책 중심이 아니라 '나 중심'으로 하라고.
독서 기록을 책 자체를 기록하는 것으로 혼돈했던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기록을 하고 또 하다 보니 결국엔 내가 읽은 책 =독서라는 것을 깨달았다. 주어는 당연히 '내가'이지 않은가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무엇인가?'
'예전에 읽은 책과 연결되는 주제가 있는가?'
'지금의 내 삶과 어떤 흐름이 맞는가?'
이렇게 주체를 나로 두고 질문을 던지며 기록을 하다 보면, 책과 나는 연결이 되고, 기록과 기록들은 또 연결이 되면서 내 사유의 세상은 세계만큼 확장된다.
책이 하나의 세계이듯, 기록 또한 하나의 세계이다
그 세계를 내 삶과 연결하는 일, 그것이 기록의 힘이다.
독서노트를 꾸준히 쓰는 사람은 결국 그 연결 위에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