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로스 증후군 이겨내는 4가지 방법
아침 선잠에 꿈을 꾸었다. 나는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는데 가죽재킷을 입은 주황빛 단발머리 여자가 내 옆에 앉는 것이다. 젊고 자유분방한 모습. 그녀는 담배 하나를 피우더니 나한테 권했다. 아니요, 됐어요.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나는 이상한 사람이네 생각하며 거절했다. 천천히 담배를 피우던 그녀는 눈을 지그시 감더니 지하철 통로에 앉았다. 그녀가 몸을 동그랗게 말이 눕자 순식간에 불이 붙었다. 어떡해! 주위가 소란스러운 사이 소녀의 몸은 온데간데없이 재가 되었다. 사이렌이 정신없이 울리고 어떤 사내가 와서는 소화기로 불을 꺼트렸다. 연기가 나는 회색 재 속에서 그녀 머리처럼 주황으로 빛나는 보석 하나가 놓여있었다. 그러고선 나는 잠에서 깼다.
아! 쪼깐이.
쪼깐이가 떠난 지 딱 10일 되는 날이었다. 왠지 모르게 해괴망측한 꿈에서 쪼깐이가 느껴진다. 쪼깐이는 무지개 저 너머로 잘 간 것 일까? 아니면 그저 내 기억들이 조합되어 이상한 꿈을 꿈 것일까.
어떤 것을 생각하는 걸 생각하지 않기로 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사과를 생각하는 걸 생각하지 않게 해 보자. 사과를 생각하면 안 돼, 사과 말고 다른 걸 생각하자, 사과 말고.. 사과를 생각하지 않으려 할수록 머릿속에 선명한 빨간 사과가 그려지지 않았나?
쪼깐이의 이름을 전남친 이름처럼 (흡사 볼드모트)부르지 않으려고 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고양이들에게 간식을 줄 때조차 나는 밥을 잘 안 먹던 쪼깐이의 이름이 습관처럼 튀어나왔다. 그래서 쪼깐이가 생각나면 생각나는 대로의 감정을 그때그때 남편과 공유했다. 보고 싶은 것, 슬픈 것, 후회되는 것 떠오르는 감정이 증발되어 소멸되지 않게 그 즉시 바로 얘기했다. 그렇게 했더니 오히려 내 감정에 빠릿빠릿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예전의 나는 '나도 내 기분을 모르겠어 그냥 답답해.' 이런 상태였다면, 지금은 '아, 나 지금 내 기분 알아. 지금 좀 우울한데 좀 있음 괜찮아져.' 이런 변화랄까.
보고 싶어질 때면 잠자기 전 쪼깐이의 생전의 영상을 보며 볼을 비벼 보기도 하고 쓰다듬어 보기도 했다. 그러다 눈물이 나면 그냥 울었다. 빈자리에는 바람이 부는 법. 나는 그 아이가 없는 마음을 공연히 비워두지 않고 생각날 때마다 그 아이에 대해 글을 쓰며 채웠다.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가기
그렇지만 나의 30개월 아들과 남아있는 반려묘들에게 나의 슬픔을 전이시켜선 안되었다. 엄마의 우울한 모습을 느낄 수 없게 다시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런데 쪼깐이가 떠난 후 반복되고 권태롭던 일상이 좀 다르게 느껴졌다. 특별히 별 일이 없는 것이 감사하고, 별 일이 생기면 큰 별일도 아니구나 하고 감사한 것이다. 마음에 예방주사 한번 제대로 맞았다. 웬만한 바이러스는 바로 튕겨내 버린다. 나는 새로 몰두할 일을 찾아 작은 화분에 바질과 방울토마토를 심기도 했다. 여름이 끝날 즈음에는 카프리제를 먹을 수 있길 기도하며.
즐거운 사건 만들기
우리 가족은 일부러 즐거운 일을 만들러 갔다.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일을 저질러 보는 것이다. 엄마는 아이스크림은 5살 때나 주려고 했는데..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자신의 첫 아이스크림이 언제였는지 기억 못 해도 차갑고 끝내주게 달았던 그 행복 충만한 기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어차피 이 아이는 커서 우리가 이번 여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지만 이 충만한 기분으로 슬펐던 기억을 덮어주길 소망해보았다.
남아 있는 반려묘들이 있다면
2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본인의 우울함으로 남아있는 아이들에게 소홀해지지 않게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오랜 시간 함께한 동물들은 주인의 감정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따라서 남아있는 동물들이게 과도한 감정을 쏟아선 안 될 것이다. 또 같이 살던 친구가 사라지면 반려동물도 우울함이나 공허함을 가질 수 있다. 만약 반려동물이 전보다 기운이 없고 없어진 아이를 찾는 행동이나 잦은 울음을 보인다면 펫로스를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최대한 평소와 같은 패턴을 유지할 수 있게 생활해야 하고 건강 변화를 세심하게 관찰해 주자.
필자는 서로 그루밍하던 녀석이 없어서 허전할까 싶어 조금 더 자주 빗질을 해주려 한다. 아예 빗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고양이가 다가올 때마다 빗겨준다.
고양이 그르렁 거리는 소리가 이리도 철없을까. 너는 내 맘 아니? 아니 알지 마라. 행복만 해줘라.
글을 마치고 덧붙여야 할 것이 있단 생각이 들어 다시 들어와 글을 쓴다.
슬픔에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모든 것이 버겁고 괴롭다면 그것은 당신의 탓이 아닙니다. 언제나 주변 사람과 전문가의 도움을 구할 수있습니다. 반려가족을 보낸 모든 분들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