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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돋움 Mar 19. 2024

때를 기다립니다.

때를 기다립니다.


겨우내 해묵은 이불이며, 켜켜이 먼지 묻고 손때 묻은 커튼을 빨아 뽀송하게 말린 쾌청한 주말을.

꼬독하고 절묘하게 익은 면발이 감칠맛나는 라면국물을 적절히 머금을 3분을.

신을때마다 발바닥 밑에서 발가락 따라 요동치는 밑창에 5초 본드를 붙여 손으로 꾹 눌러 완전히 붙기를.

주말지나고 돌아온 사무실 구석 팩 널부러진 스파트 필름에 물을 붙고 분무질을 하며 다시 일어서는 순간을.

지하주차장에서 밤새 추위를 피해 단잠을 잤을 고양이가 내 차앞에서 놀라지 않고 자리를 피해주기를.

바닥을 물고 무겁게 발걸음을 옮기며 횡단보도를 건너는 어르신의 소중한 나들이에 방해가 되지 않게 비상깜빡이를 켜며 나는 잠시 기다립니다.


그리고 또 기다립니다.

수업시간에 엎드려 있고, 모든 질문에 모르겠다로 대답하는 세상 모든게 재미없는 둘째가

따뜻한 바람 한줄기에도 감사하고, 길가에 들풀에게도 눈이 반짝이는 날이 오기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사랑해라고 말해주며

기다립니다. 

세상 모든것엔 다 때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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